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큰 돈을 벌면서 세금은 국내 기업보다 심하게는 수십분의1에 그칠 정도로 현저히 적게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 데이터와 망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지만 법적 허점을 이용해 해외 법인에 수익을 귀속시키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적게 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가 일상화된 터에 물리적 기반의 전통적 세금 방식에 한계가 드러난 만큼 조속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5일 전성민 가천대 교수와 강형구 한양대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기준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3653억원, 법인세는 155억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광고·앱마켓 수수료 등 구글이 국내서 벌어들인 돈을 모두 합하면 12조1350억원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경우 법인세는 최대 5180억원이지만 실제로는 30분의1정도만 내는 것이다. 이는 네이버가 약 9조6706억원의 매출에 4964억원의 법인세를 내는 것과 차이가 크다. 구글은 국내 웹 검색시장 점유율이 34.03%로 네이버(59.44%) 다음으로 높다. 그런데도 법인세가 적은 것은 구글이 조세 회피를 통해 국내 디지털 인프라에 ‘무임승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앱마켓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인을 싱가포르에 위치시켜 국내사용자들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결제하면 싱가포르 법인의 수익으로 잡히도록 하고 있다. 법인세율이 우리보다 훨씬 낮은 싱가포르에 수익을 집중시키는 전형적인 조세 회피 전략이다.

국내 기업들에게는 역차별이다. 법적으로 요구되는 세금을 온전히 납부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내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문제는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코리아는 2021년 국세청으로부터 조세 회피 혐의로 800억원의 세금을 부과 받은 뒤, 이에 불복해 780억원 규모의 조세 불복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인데 하세월이다. 넷플릭스는 법에 따라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법과 제도가 디지털 경제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최근 유럽 연합(EU)은 빅테크의 불공정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추세다. 최근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U가 부과한 과징금 130억유로(약 19조원)가 부당하다며 애플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도 한 예다.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서 세금을 내게 하는 디지털세와 디지털 시장법(DMA)도 논의중이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 만큼 잘 따져 국내 기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벌어들인 만큼 세금을 내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