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결과 발표
낡은 관행 모두 타파…선수단 지원에 최선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이 지적했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불합리한 운영 문제와 낡은 관행이 대폭 개선된다. 특히 이같이 협회를 부조리하게 운용해 온 협회장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임을 요구했다.
3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을 없애고 ▷복식 국가대표 선발 방식에서 주관적 평가를 전면 폐지하며 ▷선수가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부상 관리를 받고 경기력과 직결된 라켓과 신발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인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특히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 카드도 꺼냈다. 보조금법 위반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김 회장에 대한 해임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추후 심의에 따라 반환액과 제재부가금을 최종 확정(89억원 추정)하고 보조금 환수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협회의 후원물품 횡령·배임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 29일 송파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이날 “협회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협회가 이번에도 고치지 않으면 협회 모든 임원을 해임하는 관리단체 지정, 선수 지원 외 다른 예산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다른 올림픽·아시아 종목과 달리 대한배드민턴협회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대표 선수는 자비(소속팀 지원 포함)로 해외 리그와 해외 초청 경기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또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에 대해 국가대표 활동 기간 5년과 일정 연령(남성 28세, 여성 27세) 기준을 충족해야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승인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한 협회의 규정도 폐지한다. 이 국장은 “직업행사 자유권을 침해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선수가 ‘세계랭킹 관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수가 라켓과 신발 등 경기에 필요한 장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보장한다. 협회가 지난 14일 안세영의 경기화에 대해서만 한시적인 예외로 자율권을 허용한다는 입장에 대해 이 국장은 “협회가 특정 선수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닌 ‘모든 선수의 보편적 권리’”라며 “협회와 후원사간 협의가 미온적이면 직접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협회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유니폼에 선수의 후원사 로고가 노출되도록 조치할 것도 주문했다.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선발을 가능케 한 복식 국가대표 선발 방식도 대대적으로 바뀐다. 문체부는 주관적 평가를 폐지하고, 최상위 국제대회를 출전할 자격을 가진 세계랭킹 32위까지 선발전을 면제하며, 유망한 신인선수 발굴을 위한 주니어 국가대표(23세 이하 등) 별도 선발 방안 등 개선안 도입을 권고했다. 이 국장은 “협회가 이를 받아들여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개선하면, 국가대표 수를 현재 38명에서 48명으로 늘릴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협회는 선수의 부상 관리와 관련된 규정과 지침이 없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선수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도록 선택권을 보장할 방침이다. 진천선수촌의 진료 공간을 확대(침대 15개→25개)하고, 물리치료사를 증원(14명→24명)하고, 진료 시간을 22시까지 연장한다.
문체부는 훈련이 없는 주말과 공휴일 외출과 외박이 극히 제한된 부조리한 문화도 개선한다. 이 국장은 “훈련이 없는데도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인권 문제”라며 “국제대회가 임박하거나 전염병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외출과 외박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고 했다. 여성 선수단에서는 거의 없어졌으나 남자 선수단에는 아직 남아있는 청소, 빨래, 스트링, 외출 시 보고 등 사적 용무 지시도 없앤다. ‘훈련 효과가 불확실하고 부상 위험만 높인다’는 선수단의 의견이 반영돼 지난해 4월부터 진천선수천에서 의무화된 새벽훈련과 산악훈련도 폐지된다.
이와 함께 국가대표 단식과 복식 맞춤 훈련이 진행되도록 국가대표 지도자를 2배 가량 증원하고, 스포츠과학 지원을 강화한다. 중국, 대만 등 다른 나라와 같이 대회 등급에 따라 1진과 2진 선수가 전략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도록 지원한다. 이는 너무 많은 대회에 출전해 선수 생명 단축을 걱정하는 1진 선수들과 국제대회 출전 기회가 거의 없는 2진 선수들의 목소리를 모두 반영한 결과다.
문체부는 보조금법을 위반한 협회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도 내놨다. 앞서 문체부는 승강제리그와 유청소년 클럽리그 사업, 협회 임원의 운영업체에 수수료 지급 등 협회의 보조금법 위반 사항에 대해 보조금 환수 사전 절차로 지난 30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이후 보조금 부정수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반환액과 제재부가금을 대한체육회로부터 반납받을 예정이다. 지난 29일에는 협회의 후원물품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송파경찰서에 수사도 의뢰했다.
이 국장은 “보조금법 위반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회장에 대해서는 ‘해임’,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