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수출마저 부진해 ‘쇼크’ 수준의 3분기 성장률이 발표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대선 후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인한 한국 경제의 하방 가능성을 경고했다. 모든 지표와 전망이 정부가 그동안 피력했던 낙관론을 배반하고 있다. 정확한 상황 진단과 비상한 위기의식,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막연한 희망에 기대다간 우리 경제가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될 수 있다.
IMF 토마스 헬빙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2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IMF의 아태 지역 경제 전망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시장에 강력하게 통합돼 있으며 미국과 중국 양국에 강하게 노출돼 있다”며 “(미 대선 후) 미중 무역 갈등 증대는 한국 경제의 주요 하방 리스크”라고 했다. 이날 한은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분기 역성장(-0.2%)에 이은 부진이다. 한은의 예상치인 0.5%에도 못미쳤다. 수출이 2분기에 비해 0.4% 감소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3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수출-수입)이 -0.8%포인트를 기록했다. 거의 1%p 가까이 성장률을 깎아내렸다는 뜻이다.
IMF의 경고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망이 향후에도 매우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미 대선(11월 5일)이 임박한 가운데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초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중 문제에 관해서 트럼프는 ‘고(高)관세’, 해리스는 ‘기술·공급망 통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누가 되든 상대 후보의 정책을 가미할 것이고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현재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게 거의 만장일치된 세계 경제계의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대미무역 흑자를 기록 중이라 트럼프 고관세 정책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제조 공급망 허브로서 기능하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과 ‘수출결합도’가 매우 높다. 미중간 공급망 전쟁과 중국의 성장 부진 모두 우리에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성장 경로의 선명한 청신호” “확실히 살아나고 있는 우리 경제” “경제 회복 본격 진입”. 정부가 그동안 우리 경제 상황에 내렸던 평가들이다.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은 2년 연속 대규모 결손이 유력한 세수 추계 오류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 결과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정책의 여력도 줄었다. 지금은 국민과 냉철한 현실 인식을 공유하고, 내수와 수출을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