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2일 ‘넥스트 차이나’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의 주식시장에 안착했다. 1996년 현대차 인도법인(HMI)을 설립한 지 근 30년 만이다.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금액은 33억달러(약 4조5000억원)로 인도 증시 사상 최고액이다. 올해 아시아 증시 기업공개 중에서도 최대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현지 방문 중인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공관에 초대해 면담한 것이 인도의 국민적 관심을 반영한다. 현대차는 이로써 인도법인을 한국에 이은 제2의 생산 허브로 키우기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 내수 시장은 물론 가까운 중동·아프리카 등 유망한 신흥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마가 크다.
현대차는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서 최근 10년간(2014∼2024년) 시장 점유율이 11%에서 1%로 급락했다. 반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인구 대국에 오른 인도는 매년 7% 이상 견조한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시장의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시장 규모는 500만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22년에는 전년동기 대비 22.9%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아직 인도의 자동차 보급률은 인구 1000명당 34명 수준에 머물고 있어 추가 성장의 기회가 무궁·무진히다.
4조원대의 현금을 확보한 현대차가 가시적으로 성과를 내야할 목표는 인도시장 점유율 선두인 일본의 마루티 스즈키를 따라잡고 중장기적으론 중국의 전기차 공세에 맞서는 일이다. 현대차는 1996년 판매법인을 설립한 이후 65억달러(약 8조9700억원)에 달하는 누적 투자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1위 기업인 마루티 스즈키가 판매량 기준으로 여전히 현지 시장 점유율 40%가량을 기록하고 있고, 현대차·기아(약 20%)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이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 40%를 목표로 삼은 인도 정부의 빠른 전동화 전환 정책과 맞물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인도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BYD는 인도 정부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전기차·배터리 생산기지 건설 투자를 제안한 상황이다. 일본과 중국 기업과의 한판승부에서 승리하려면 고도의 맞춤형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경제는 지난 50년간 자유무역과 세계화 물결에 올라타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미·중 글로벌 공급망 대치로 보호무역주의와 현지화 대응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대차의 성공적 인도 상장이 돌파구를 찾는 한국 기업에 귀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