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한국 시장에서의 외국인투자자 매매 패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선물 시장에서 ‘하락 베팅’이 줄고, 비차익 프로그램에서의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매수세 유입으로 해석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줄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2~3주간 선물시장에서의 미결제약정은 10만 계약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잡았던 외국인 매도 포지션의 상당수가 매수쪽으로 방향을 돌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대규모 매도와 함께 동반 증가했던 미결제약정의 감소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포지션이 완화됐다는 의미”라며 “특히 프로그램에서 매수세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번 주 중반 이후 시장이 상승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의 개별종목 매도가 최근 매수로 돌아서고,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투신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한국에서 이달들어 1억 달러 순매수를 기록했다.
주요 한국 관련 펀드로도 자금 유입이 활발하다.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GEM) 펀드에서는 18일부터 24일까지 한 주간 9억 달러, 일본을 제외 아시아펀드(AEJ)는 1억4000만 달러, 인터내셔날펀드는 13억1000만 달러가 유입됐다.
업계는 AEJ 펀드에 자금 순유입이 국내 시장의 개별종목 순매수 반전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자금 흐름이 유출에서 유입으로 전환해 변곡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8월 초에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겠지만 현재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미국계 자금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대만, 한국 등 저평가 국가에 자금이 유입되는 반면 인도나 태국 필리핀 등에선 유출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개별종목 순매수 중에도 삼성전자의 매도세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상승폭은 제한될 수 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지난 26일까지 사흘 연속 개별종목 순매수에 나선 반면, 삼성전자는 10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면서 “외국인의 매수세 가운데 삼성전자 비중이 작으면 지수 상승 견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