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에게 웃음을’…기업들의 HAPPY경영 고군분투 현장
SK, 기혼여성 배려…어린이집 저녁 9시까지 운영 포스코, MBA·해외유학 등 프로그램 제공 CJ, 퇴근 후에도 직원들 삶의 질까지 챙겨
변화의 바람 불구 남성육아휴직 현실은 그림의 떡 당연한 권리 누릴수 있는 근본적 문화 개선 절실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은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치장한 카페테리아 테이블에 앉아 자유롭게 회의를 한다. 한 쪽 벽면은 암벽타기로 도배돼 몇몇은 그곳에서 암벽타기를 즐긴다. 휴게실에는 게임기와 탁구대도 있다. 어느 대학교 동아리방의 모습이 아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IT기업 구글코리아의 모습이다.
구글코리아 직원들의 이런 자유로운 모습은 미국 구글 본사의 기업문화에서 출발한다. 직원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애완동물을 회사에서 기를 수 있도록 배려한다. 건강관리센터에서 10만 시간의 무료 안마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복지환경은 직원들이 업무 외의 것에 신경쓰는 시간을 최소화해 오히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덕분에 4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뽑히며 명실상부 세계적 IT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국내 기업도 해피경영, 행복한 기업이 일류기업=직원의 삶이 행복할수록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공감대는 최근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다양한 사내복지로 직원들의 생활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그룹은 기혼 여성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주목받는다. 계열사 SK에너지의 ‘SK 행복 어린이 집’은 어린이집 운영 시간이 짧아 직장인들이 실질적으로 퇴근시간에 쫓겨 이용하기 힘들었던 점을 감안해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한다. SK C&C는 지난 2005년 7월 분당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영어의 home과 company를 조합한 ‘홈퍼니’를 통해 ‘가족친화경영’을 강조하며, 대형 헬스장, 여성휴게실, 도서실 등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춰 직원들이 ‘집같이 편안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포스코는 인재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여준다. 3년간 역량개발프로그램으로 신입사원을 육성하며, 입사 후 국내외 MBA, 지역 전문가, 해외유학, 그룹사 간 인력교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의 성장을 지원한다. 포스코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보다 인재를 육성하는 게 강한 기업을 만드는 밑거름이라고 보고 있다.
CJ는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모토를 들고 퇴근 후에도 직원들의 질적 삶을 높이기 위해 고민한다. 직급에 관계없이 전 직원에게 매년 일정량의 포인트를 부여, 휴가철 콘도, 펜션 이용과 해외여행, 자사 제품 구매 등의 목적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카페테리아 포인트’제도나, 근무성적이 우수한 직원에게 뮤지컬, 영화, 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관람의 기회를 주는 등 젊은 감각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복리후생 제도가 특정 임직원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을 막아 만족도가 높다.
▶CEO의 행복철학, 기업 경영에 그대로 투영=이처럼 최근 대기업들이 직원 복지프로그램 발굴에 집중하는 이유는 행복경영을 강조하는 CEO들의 철학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국내 굴지의 대기업 CEO들은 너도나도 자사 직원들을 위한 ‘행복전도사’를 자처해 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평소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계속하되, 사회 전체의 행복 극대화를 이뤄야 하며, 나 혼자만의 행복이 아니라 이웃과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는 나름의 행복 철학을 강조한다. 각 계열사들은 CEO의 마인드를 회사 경영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육아 복지 확대를 발표한 효성 역시 이상운 효성 부회장의 행복경영 마인드와 맥을 같이한다. 이 부회장은 이달 CEO 레터를 통해 “효성을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어 임직원들이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이것이 자연히 좋은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자”며 구성원이 회사와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업무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져 높은 성과를 올리는 조직으로 변화할 것을 강조했다.
문화기업을 자처하는 CJ 역시 “슬로건만 문화기업을 외쳐서는 안된다. 직원들이 먼저 문화기업에 맞는 생활과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이재현 회장의 마인드를 기업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CJ 임직원이 문화기업에 걸맞은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해 나갈 때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상품과 서비스 역시 질적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행복한 기업 만들기, 숙제는 많아=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직원 복지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상사나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엄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화개선이 없이는 직원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 공정한 야근수당 등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할 숙제가 많다.
한국 노총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남성 직원의 90%는 육아휴직을 원하고 있지만 58%는 눈치가 보여서 신청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육아휴직 급여가 불충분하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24%였다. 야근 역시 마찬가지다. 커리어(www.career.co.kr)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39%가량이 일주일에 2~3회의 야근을 하고 있으며, 80%는 야근으로 인해 피로누적과 건강악화 등을 겪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최근 젊은 직원들이 많이 입사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직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