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외인(外人)발 프로그램 매매와 엔화 약세 등 국내 증시를 억누르던 두 변수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반등을 시작한 코스피에 탄력이 붙을지 관심사다.

엔화약세 진정과 외국인 매도세 완화 재료만으로도 세계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긍정적인 것은 미국계와 영국계 자금이 떠난 자리를 중국계 자금이 채워나가고 있단 점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은 방향성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고 투자 주체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변동성을 줄여나갈 수 있단 뜻이다.

실제 올들어 연초 반짝 랠리 후 꾸준히 코스피지수 약세가 나타난 것도 외인 발 프로그램 매도에 따른 것이었다. 거래대금이 말라붙은 와중에 차익잔고 청산이 일어난 데다가(유럽계) 뱅가드의 상장지수펀드(ETF) 벤치마크 변경(미국계)으로 비차익에서도 순매도가 이어졌다. 때문에 KOSPI200에 포함된 대형주 약세가 나타났다.

몰려든 왕서방에 엔저 속도완화…증시 이대로 高?-copy(o)1

그런데 최근 이 패턴에 변화가 나타났다. 차익잔고 청산이 일단락되면서 쏟아져나올 매물이 줄어든 데다가, 비차익에서도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상승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증시 수급을 쥐고 있던 미국계와 유럽계 자리에 중국계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긍정적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계 자금은 지난해 11월 이후 2조 50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춘절 소매판매액도 5390억 위안으로 지난해 대비 1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 말했다.

엔화 약세가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16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경쟁우위 확보를 목적으로 환율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새로 포함됐다. ‘엔저’에 대한 이머징 국가의 경계심을 나타내기엔 부족했지만, 일단 추가 하락은 막을 것으로 보인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상당 기간 95엔 내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며, 이에 따라 원/엔 환율 급락에 따른 국내 증시 및 수출업종에 대한 우려는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최근 주가 약세를 보인 삼성전자와 현대차ㆍ기아차 등 이른바 전차(電車) 군단으로선 나쁠리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지속 여부다. 앞서 외인은 만기 하루전 7000여계약이 넘는 대규모 선물 순매수로 베이시스를 끌어올린 후, 다시 매도세로 돌아섰다. 베이시스 강세로 차익 매물 출회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면서 현물 시장엔 긍정적이긴 하나, 선물에서의 신규 매수가 재개돼야 시장 방향에 대한 확신이 든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야간 시장에서 외국인이 3일 연속 매도를 진행했다는 것은 불안하나, 점차 매수로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