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일 장중 2000선을 회복함에 따라 올들어 고질적인 한국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완화 기대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올들어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도 유독 속도가 더디게 움직였던 것을 감안하면 모처럼 보인 지수 탄력에도 향후 방향성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5개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요인으로 ‘기업 실적 부진과 엔화 약세’를 꼽았다.
코스피가 2000선에 안착한후 직전 고점인 2040~2050선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샌드위치’(실적악화) 우려를 불식시키는 1분기 기업 실적 호전과 환율 움직임을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미 시퀘스터 영향은 제한적, 관건은 ‘엔저’=미국의 시퀘스터(재정지출 삭감) 협상이나 이탈리아 총선과 관련해선 불확실성이 증대될 순 있으나 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오거나, 리스크를 확대하진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나 이탈리아에서의 정치적 변수는 단기적으론 불확실성을 재고할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장이 망가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문제는 엔화 관련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엔저를 유도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제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엔저 외에 또다른 대외 변수인 중국 경기 회복에 따라 IT나 철강 등 경기민감주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수는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엔저 우려’를 낮춰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은 엔화 약세가 주춤거리고 있고 앞으로도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저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전후해 진정세고, 또 현재 엔화 약세 우려가 과장됐다”고 말했다.
▶1분기 실적에 따라 2분기 상승 탄력=환율과 대외 정치적 변수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실적이다. 3~4월 발표될 1분기 실적이 플러스 성장을 띄게 되면 2분기 증시는 전고점인 2050선 회복을 테스트하는 뚜렷한 상승 추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 실적이 매출과 이익 성장을 확인시켜주면 국내 증시는 3~4월 반전을 보여줄 것”이라며 “환율 급락으로 최악의 실적 감익을 보인 지난해 4분기 이익하향 조정폭을 올해 분기별 매출과 순이익에 적용해봐도 기업이익은 줄더라도 매출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만큼 현 우려는 과하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에 IT나 자동차 등 경기민감주 가운데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종목 투자에 나설 것을 권했다. 삼성증권도 당분간은 중국 경기 회복에 따라 정유나 철강, 화학을 유리하겠으나, IT나 자동차 등 경기민감주가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지나친 1분기 실적 기대감에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1분기의 여건 혹은 흐름이 다를게 없기 때문에 1분기 실적 기대치를 좀 낮추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현대증권도 당분간 수출주보다는 유틸리티나 통신 등 내수주 투자에 나설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