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원화강세와 경쟁심화, 계절적 비수기로 1분기 시장수요를 낙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스스로에 대해 ‘보수적 전망’을 밝히자, 즉각 시장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2% 넘게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 추정치도 9000억원 이상 하향 조정됐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발표일이었던 25일과 발표 이 후 첫 영업일인 28일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추정치를 비교한 결과, 영업이익 추정치가 사흘새 2.42% 하향 조정됐다. 당초 8조4294억원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8조2253억원으로 주저앉으면서 순식간에 2000억원이상 기대치가 줄어들었다.

1분기 매출액도 53조 4129억원에서 52조 4929억원으로 1.72% 하향 조정됐다.

삼성전자 4분기 실적 발표 후 사흘간 1분기 실적 추정치 2.4% 내려

증권사별로는 영업이익을 당초 예상치보다 5% 내려잡은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매출액 추정치를 53조 9000억원에서 51조 9000억원으로 4%나 하향하고, 영업이익 역시 8조 8600억원에서 8조 4400억원으로 5% 내렸다.

이 같은 전망치 하향은 연초 150만원 랠리를 펼친 후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는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 약세가 1분기말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8조 8000억원보다 1조 2000억원 줄어든 7조 6000억원을 시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반도체 D램 출하량 감소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6000억원 줄어들고 TV와 PC의 수요 부진도 실적을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급도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를 붙잡아둘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현재 삼성전자의 대차잔고는 433만주로 지난해 하반기 고점 수준이다. ‘빌린 주식’규모인 대차잔고의 증가는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꿔 매도하는 공매도 증가를 의미한다.

실제로 150만원이 깨진 지난 16일부터 29일까지 대차잔고는 393만주에서 40만주 가까이 늘어났고, 이 기간 삼성전자 순매도 창구 상위사는 공매도를 즐겨 사용하는 외국계 헤지펀드의 프라임 브로커인 투자은행(IB)들이 차지했다.

이 기간 전체 증권사 가운데 삼성전자 순매도 창구 1위는 모건스탠리로 18만 4900주를 순매도했고, 메릴린치가 12만 2130주, 골드만삭스가 8만 4590주를 순매도하며 나란히 1~3위에 올랐다. 대차잔고 증가세와 이들의 매도세를 겹쳐봤을 때, 매도세에 이미 공매도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실적 뿐 아니라 수급에서도 주가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1분기 이후 2분기는 낙관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 및 실적 리스크 요인으로는 엔화 약세의 정도와 지속 여부, 스마트폰 마진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2분기부터는 갤럭시 S4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 진입이 기대된다”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수익배율(PER)은 지난해 7.4~11.2배보다 다소 낮은 7~10배 수준으로 예상돼 연간주가범위는 130만~180만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