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銀 2년내 270조엔 통화 살포 美·유럽도 무제한 양적완화 가속
아베노믹스 직격탄맞은 한국경제 車등 주요업종 피해 날로 가시화 11일 금통위 금리등 대응책 주목
‘아베노믹스 파장’이 ‘구로다 쇼크’로 확장되며 환율 전쟁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 2% 목표치 달성을 통해 돈을 풀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언은 결국 환율 전쟁의 ‘출사표’였음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파격적인 행보로 드러났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관측은 최근 실망스러운 고용지표로 쑥 들어갔고, 유럽 역시 제한 없는 자금 공급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양적완화 출구전략’ 논의는 사라지고 통화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다시 환율 전쟁의 포화 속에 놓이게 됐다. 이에따라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환율 전쟁에 대한 한국 중앙은행의 대응책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행은 최근 2년 안에 인플레이션 2% 목표에 이르기 위해 현재 135조엔 수준인 본원통화(시중 현금과 금융회사들이 중앙은행에 맡긴 준비금)를 2년 내 27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야말로 무차별 통화 살포 작전이다.
닛케이지수가 급등하는 등 일본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여기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일본의 과감한 통화완화정책을 환영하며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부양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화폐 살포’ 정책은 사실 미국, 유럽이 먼저 진행했던 정책이다. 유로존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에 몰린 선진국들은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 회복에 힘써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본의 버냉키 은행’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실시했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따라 하고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미국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진행하고 있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이미 무제한 국채매입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저금리 ‘버블(거품)’ 우려로 선진국들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경기 회복 부진과 함께 미국, 유럽의 양적완화 규모를 뛰어넘는 아베노믹스가 구체화됨에 따라 주요국 간의 돈살포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의 환율전쟁은 소위 ‘근린궁핍화’를 불러온다. 아베노믹스가 가까운 이웃인 한국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ㆍ유럽 주도의 양적완화와 일본 주도의 그것이 우리나라에 다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주요 업종에서 피해는 가시화되고 있다.
11일 금통위가 새삼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기준금리 동결을 고수해왔던 금통위는 전방위적인 경기부양 동참 압력과 함께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한 대응책도 요구받고 있다. 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은 물론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출구전략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구로다 쇼크’는 이 같은 김 총재의 인식에 대한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 2.75%로 주요국에 비해서는 높은 한국의 기준금리를 떨어뜨려 환율전쟁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당국이 공개적으로 환율 전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나 원화환율 안정정책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남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