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라는 본연의 기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작년 12월부터 일반회사채 발행을 전혀 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자금조달 위기에 봉착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업의 직접금융(주식 및 회사채 발행) 조달실적은 28조198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6조6354억원)보다 23% 줄었다. 월별로도 조달실적이 지난 2월 12조102억원에서 3월 9조732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간접금융에 비해 직접금융은 이자 등 조달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기업들의 주된 자금창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직접금융 조달실적이 악화한 것은 그만큼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시장이 얼어붙었음을 뜻한다.
직접금융 중에서도 회사채 발행의 감소폭이 크다. 1분기 전체 회사채 발행 규모는 27조603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6조630억원)보다 23.5% 감소했다. 일반회사채 발행은 2012년 1분기 18조1094억원에서 10조9561억원으로 40% 가까이 급감했다.
그나마 모두 대기업이 발행한 것으로 중소기업의 발행액은 전무했다. 중소기업은 지난해 1분기 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는 발행을 아예 멈췄다.
이는 신용등급에 따른 회사채 발행 양극화와도 맥을 같이한다. 1분기 무보증 일반회사채 발행액 10조6511억원 가운데 95.4%(10조1591억원)가 A등급 이상에 몰렸다. 반면 BBB등급과 BB등급은 각각 3900억원(3.7%), 1020억원(1.0%)에 그쳤다.
특히 최근 5개월 새 A등급 비중이 14.0%로 가장 낮은 데 비해 AA 이상은 79.5%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관투자자조차 더 안전한 회사채에 투자를 집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509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0% 늘었다. 2월 4건(974억원)이던 기업공개는 지난달 한 건도 없는 등 1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은 8.9% 늘었다.
중소기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지난해 1분기 981억원에서 1년 만에 585억원으로 40.4% 줄어 이마저도 중소기업에는 여의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