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 김건> 고령사회, 과학 - 인문융합으로 대비

빛은 항상 그림자를 동반한다. 인류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지난 몇 세기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는 어두운 그림자로 여겨지는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그 중 하나가 고령사회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인류의 평균 수명은 늘었다. 200년 전만 해도 인류의 평균기대수명은 20대 중반이었으나 40년 전에는 50대 중반으로 늘었고, 현재는 약 69세에 이른다. 우리나라 포함 선진국 기대수명은 80세에 이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주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다. 출산율은 1.2% 정도로 떨어지고, 평균 수명은 기대 이상(?)으로 늘어나 2030년대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해서 2인의 생산가능인구가 1인을 양육해야 할 정도다.

노년층의 삶의 질이 우리나라 미래사회의 안정성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며, 아울러 새로운 시장을 이끄는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이런 고령사회에 대비해 과학기술계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 더 근본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고령사회에 대한 이해는 과학기술계만의 논의로는 부족하다. 인문사회학자와의 융합적인 소통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분야다. 과연 이러한 움직임이 있는가. 조금은 걱정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보건과 관련된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치매ㆍ뇌졸중ㆍ암 등 노인성 질환 치료, 나아가 노화 자체를 완화하기 위한 생명 연구는 그 이슈 자체를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해야 할지도 모른다. 단순한 연구보다는 체제에 의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는 분야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정기적이고 간편한 모니터링을 통한 질환의 조기 발견 및 의료 피드백, 응급상황 발생 경보를 포함한 응급의료서비스 체제와 잘 통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

장수에 걸맞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삶의 질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이러한 일이 단순하게 지금까지의 체제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지 한 번쯤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치매와 별 관계가 없던 연구자가 치매 노인이나 가족의 고통을 이해하기 쉽지 않고 그 어려움도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더욱 무슨 연구가 이런 이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지를 연구자는 깊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가 과학기술자 사이에서, 더 바람직하게는 인문사회 분야 사람과 소통하면서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연구 결과가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고른 혜택을 줄 수 있는지도 아울러 고민해야 할 문제다.

단순한 시장원리가 지배하지 않는, 적어도 특정 집단에 소중한 연구 결과가 독점적으로 쓰이는 일은 없도록 사회적 기술, 혹은 공유하는 과학기술 개념에서 연구가 필요한 분야일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새로운 분야가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연구 분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