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한동안 잠잠했던 원자력발전소 고장이 다시 시작됐다. 당장 다음주부터 4개 원전이 정비에 들어가 추가로 원전 고장이 일어날 경우 때 아닌 봄철 전력난을 걱정해야 한다.
부산 기장의 고리 원전 4호기의 발전이 4일 오후 4시 34분 자동 정지됐다. 고리 4호기는 지난 1월 30일부터 63일 동안 정비를 마친 뒤 지난 3일 오후 10시 5분 발전을 재개한 상태였다. 하지만 정비를 끝낸 지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고장이 발생했다. 부실 정비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한국전력이 변전소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보호용 계전기의 전선을 잘못 연결한 것이 원인”이라며 “정비를 마치고 발전소 출력을 서서히 올리던 중 주변압기 보호용계전기에서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서 원전이 멈췄다”고 말했다. 보호용계전기란 변압기를 보호하기 위해 전류 이상을 감지하는 장비다. 발전기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고리 4호기는 1986년 4월 가동을 시작한 28년된 100만㎾(킬로와트)급 원전이다. 노후 원전인데다 얼마전에는 위조부품 사용 논란이 일면서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폐쇄를 주장하기도 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이런 고장이 이어질 경우 1년중 상대적으로 전력수급에 여유가 있는 시기인 4월에 오히려 전력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겨울 사상 유례없는 전력난이 우려된다며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내 모든 발전기들을 풀가동하면서 전기절약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이런 노력으로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17일 울진1호기의 발전정지 이후 약 한번도 원전 고장은 일어난 적이 없었고 전력수급 비상상황이 펼쳐지지도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4일 고리 4호기가 발전정지한 직후에도 전력예비력이 약 800만㎾로 여유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다음주부터 상황이 녹록치 않다. 오는 8일부터 신고리1호기, 10일부터는 울진2호기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고 23일에는 월성2호기, 26일에는 울진5호기가 정비에 돌입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현재 멈춰서 있는 원전들도 재가동이 당장은 어려운 상태다. 정비를 마치고 원래 오는 9일부터 가동 예정이었던 영광2호기는 추가정비를 요하는 상황이어서 무기한 가동 연기됐고, 영광3호기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울진4호기는 8월에야 가동이 재개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월성1호기는 수명만료로 수명연장 동의가 아직도 떨어지지 않아 못 움직이는 상태다.
한 관계자는 “4일 멈춰선 고리4호기가 재빨리 복구된다고해도 4월에는 총 8개의 원전이 이런 저런 이유로 멈춰서 있어야한다”며 “추가 고장이 일어날 경우 전력 수급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