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팬들에게 새벽부터 기분좋은 소식을 전해주겠다”던 ‘괴물투수’의 당찬 약속이 현실이 됐다.
류현진(26·LA다저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다. 두 번째 선발등판 만에 거둔 쾌거다.
류현진은 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2013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1이닝 동안 3안타 볼넷 2개만 내주고 2실점 했다. 2실점은 1회초 데뷔 후 처음 맞은 홈런으로 인한 실점이다.
이로써 류현진은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데뷔전(0-3 패)에서 호투하고도 패전투수가 된 아쉬움을 날렸다. 당시 류현진은 6.1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맞고 3실점(1자책)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두 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 투구)를 기록하며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류현진의 호투 속에 다저스는 6-2로 승리하며 피츠버그와 3연전을 싹쓸이했다.
▶잘 던진 괴물, 모처럼 터진 타선=류현진은 이날 주전포수 A.J.엘리스가 아닌 팀 페더로위츠와 호흡을 맞췄다. 101개의 공을 던졌고 이 중 6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0㎞. 삼진은 6개를 잡아냈다.
류현진은 1회 선두타자 스탈링 마르테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 닐 워커를 유격수 뜬 공으로 잡아냈지만 지난 시즌 31개의 홈런을 친 강타자 앤드루 매커천에게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얻어맞았다. 바깥쪽 높은 곳으로 던진 시속 143㎞짜리 직구를 매커천이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겼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개비 산체스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뒤 페드로 알바레스를 상대할 때 폭투로 주자를 2루로 보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알바레스를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 한숨 돌렸다.
빈타에 허덕이던 다저스 타선은 1회말 반격에서 연속 3안타로 동점을 만들어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맷 켐프와 아드리안 곤살레스의 중심타선이 살아난 게 다행이었다.
류현진은 2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며 안정을 찾았고 3-2로 역전한 채 오른 3회부터 괴물투의 진가를 발휘했다. 4회엔 공 11개로 세 타자를 요리하는 등 4회부터 삼진 5개를 솎아내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류현진은 4-2로 앞선 6회 선두타자 알바레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저스는 7회 저스틴 셀러스의 중월 홈런, 곤살레스의 우전 적시타로 2점을 더 보태 6-2로 승리했다. 곤살레스는 4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류현진의 첫 승리에 큰 도움을 줬다.
▶첫 승 의미와 숙제는=류현진은 역대 9번째 메이저리그 승리를 기록한 한국인 투수가 됐다. 류현진에 앞서 박찬호, 김병현, 조진호, 김선우, 봉중근, 서재응, 백차승, 류제국 등이 빅리그 승리를 신고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를 거친 투수로서는 최초다. 한국 프로야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예상보다 빨리 첫 승을 챙긴 게 고무적이다. 호투를 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면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 짐이 생기게 마련. 자칫 긴 슬럼프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며 자신감을 높였다. 덩달아 류현진을 향한 불안한 눈빛들도 거둘 수 있게 됐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2선발로 낙점됐지만 아직 완벽한 믿음을 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날 최고 시속 150㎞를 찍은 직구의 힘과 능란한 변화구로 스스로 가치를 입증했다.
하지만 여전히 1회 불안한 투구내용은 숙제로 남았다. 샌프란시스코전에 이어 이날도 첫 타자에 안타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첫 경기선 병살로 위기를 넘겼지만 이날은 결국 데뷔 첫 홈런까지 허용했다. 1회 흔들리는 징크스를 하루 빨리 털어내야 한다.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