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한 암 수술이 국내의료진에 의해 성공해 향후 수술 트렌드에 적지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백정환 이비인후과 교수가 ‘부비동암’(코 안의 빈 곳인 비강 주위에 있는 동굴과 같은 부비동에 발생하는 암)수술에 3D 프린터 기술을 적용해 수술 후 부작용 중 하나인 얼굴과 눈 함몰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지난 부비동암이 재발한 40세 여성 환자와 코가 자주 막혀 비중격만곡증으로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부비동암으로 판정받은 46세의 남성 환자를 3D 프린터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수술했다고 전했다.
부비동암은 비강(코 안의 빈 곳) 주위에 있는 동굴(부비동)에 암세포가 발견되는 질환으로 이 암에 걸리면 암이 퍼진 얼굴 골격을 광범위하게 잘라낸 뒤 다른 부위의 뼈나 근육을 붙여서 얼굴 골격을 대신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술한다. 주로 어깨 뼈와 근육 등이 활용되는데 이런 수술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자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 얼굴 골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부정교합(입을 다물었을 때 위아래 턱의 치아가 서로 맞물리지 않는 상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또 시간이 지나면 구조물 변형으로 눈 주변부가 주저앉아 양쪽 눈의 수평선이 어긋나면서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가 진행되기도 한다. 백 교수는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치과용 모형물을 만드는 벤처 회사에 CT 영상을 제공하고, 3D 프린터로 환자의 수술 부위 골격을 3차원으로 자세히 보여주는 모형물을 만들어냈고 이 모형물을 통해 수술 중 예상되는 얼굴 골격 절제 범위를 미리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절제 부위의 뼈 두께, 절제 방향의 중요 구조물 등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수술해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백 교수는 “앞으로 인체 조직을 3D 프린터 원료로 이용하는 ‘바이오 프린팅’ 기술이 개발된다면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장기나 조직의 3D 프린팅 시대가 머지않아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