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부담 가중 우려 반영 매입채권 규모·종류 재고 시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현재 추진 중인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규모와 속도 조절을 시사해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 하반기 중 1단계로 채권 매입을 월간 500억~600억달러로 줄이고, 그 다음에는 300억달러로 더 축소하고, 마지막 단계로 완전히 중단하는 ‘3단계 출구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매달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현행 3차 양적완화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노동시장 전망이나 인플레이션 상황 등에 맞춰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매입 속도를 줄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미국의 최근 경제활동은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상황이 최근 몇 개월간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안정 기조 속에서 고용상황 전망이 확연하게 개선될 때까지 매달 국채 450억달러 상당과 주택담보부채권(모기지채) 400억달러어치를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연초 단행된 소득세 인상과 3월 1일 발동한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로 인해 미국 경기회복 속도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연준은 그러면서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지거나 물가상승률이 2%(최고 2.5%)를 웃돌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종전 정책 목표치에 더해 이번 회의를 통해 경기 상황에 따라 채권 매입 규모나 속도, 매입 채권의 종류 등을 재고할 수 있다는 점을 추가했다.

연준이 성명에 이를 포함한 것은 지난 몇 년간 지속해온 양적완화를 통한 유동성 확대 정책으로 말미암아 인플레이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