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국장급 실무접촉이 9일 오전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이번 실무접촉은 2011년 2월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당국 간 만남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남북 수석대표 ‘남남북녀(南男北女)’=남북 실무접촉 대표단은 모두 6명으로 구성됐다. 남 측에선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북 측에선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각각 남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양측 수석대표 모두 지난 2005년 6월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과 2005년 9월 제16차 회담에 대표단으로 참여한 바 있어 굳은 회담 분위기에 윤활유 역할을 했다.
특히 북측 수석대표인 김성혜 조평통 부장은 대남접촉 경험이 많은 북한에서 보기 드문 ‘여성 대남 일꾼’으로 평가된다. 그는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 측의 특별수행원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여성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것은 남쪽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12일로 예정된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를 위한 행정적, 기술적인 문제를 협의하는데 집중했다. 6년 만에 열리는 장관급 회담인 만큼 대표단의 규모와 체류 일정, 의제 등을 일일이 조율했다. 천해성 실장은 “남북이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씩 신뢰를 쌓아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신에 입각해 신뢰를 기반으로 최선을 다해 회담에 임했다”고 말했다.
▶긴장 감돈 판문점=남북관계 경색으로 지난 몇 년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회담본부와 판문점은 회담 당일 긴장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남북 실무접촉 대표단은 당초 예정시간(오전 10시)보다 다소 늦은 10시15분께 판문점 실무접촉에 돌입했다. 회담 지연은 통신선 설치 문제 등 기술적 요인에서 비롯됐지만, 이 때문에 잠시 긴장이 감돌았다.
남 측 대표인 천 실장 역시 회담 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동안 남북회담 실무 접촉 단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임에도 긴장한 모습을 보여, 이번 회담의 무게감을 가늠케 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남북회담 데뷔 앞두고 열공=한편 정부는 남북 간 실무접촉이 이뤄짐에 따라 6년 만에 개최되는 남북 장관급 회담 준비체제에 돌입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남북회담 ‘데뷔’를 앞두고 회담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류 장관이 주말을 반납한 채 장관급 회담의 의제를 준비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류 장관은 대책회의를 수시로 주재하는가 하면 기존의 남북회담 발언록과 자료집 등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선임자들이 어떻게 회담에 임했는지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고위 간부들과 실무진도 주말을 반납하고 대부분 출근해, 실무차원의 준비와 함께 회담 전략ㆍ의제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회담 장소 물색에도 나섰다. 과거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렸을 때 그랜드힐튼호텔이나 워커힐호텔, 신라호텔 등이 장소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정부는 이들 주요 호텔을 대상으로 섭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외 북한 대표단의 숙소와 교통편 등 편의 제공 문제와 회담 이외 일정에 대해서도 본격 준비에 착수했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