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프로골퍼들에겐 ‘이중고’가 엄습하는 시기다. 한 타 한 타 스코어에 집중하기도 버거운데, 5시간 내내 땡볕 필드에서 작렬하는 태양과 싸워야 한다. 특히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역대 최다인 27개 대회를 개최하는 데다 3분의2 가량이 하반기에 몰려 있어 여자 프로골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체력관리가 절실하다.

KLPGA는 7월초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을 끝으로 한 달 간의 여름방학에 돌입했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도 8월 첫주 브리티시여자오픈이 끝나면 미국과 유럽 대항전인 솔하임컵까지 2주간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때문에 짧은 휴식기간이지만 하반기 지옥레이스에 대비해 충분한 영양 섭취와 체력 보강을 해야 한다.

여름을 버티기 위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음식과 수분 보충이다. 특히 선수들마다 자신의 몸과 입에 맞는 보양식을 틈틈이 챙겨 먹으며 긴 여름을 나고 있다.

쉼/ 쉼 골프/장어홍삼고기...여자 프로골퍼들의 여름나기

가장 많은 선수들이 선호하는 보양식은 장어다. 최나연(26·SK텔레콤)과 신지애(25·미래애셋) 김하늘(25·KT) 서희경(27·하이트) 안신애(23·우리투자증권) 등이 ‘장어파’다. 이들은 체력이 떨어질 때쯤 장어 전문점을 찾아 원기를 회복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하늘은 “예전에는 고추장이나 간장양념의 장어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소금장어에 맛을 들였다. 어른 입맛이 됐나 보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장어 사랑을 넘어 ‘장어즙’으로 체력을 보충하는 선수들도 있다. 강원도 인제 출신의 이보미(25·정관장)는 국내산 민물장어즙을 즐긴다. 올시즌 KLPGA에서 유일하게 2승을 올린 김보경(27·요진건설)도 장어즙으로 거뜬하게 여름을 난다.

쉼/ 쉼 골프/장어홍삼고기...여자 프로골퍼들의 여름나기

‘장어파’ 다음으로는 ‘홍삼파’가 많다. 올시즌 LPGA에서 63년 만에 시즌 개막 후 메이저대회 3연승을 대기록을 세운 박인비(25·KB금융)를 비롯해 양수진(22·정관장) 박세리(36·KDB금융) 등이 홍삼으로 여름을 버틴다. 특별한 보양식이 없다는 박인비도 홈삼의 힘으로 땡볕 라운드를 이겨내고 양수진은 올시즌 소속사를 정관장으로 옮기면서 홍삼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한다.

‘고기파’도 있다. 소고기, 삼계탕 등으로 힘을 내는 이들이다. 박세리는 홍삼과 함께 매운갈비찜으로 땀을 쭉 빼며 ‘이열치열’을 실천하고 있고 ‘슈퍼루키’ 김효주(18·롯데)는 여름만 되면 거의 매일 고기를 먹으며 파워풀한 샷을 날린다.

이밖에 김자영(22·LG)은 한의원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을 보고 있다. 김자영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녹용 자라 등을 넣고 만든 특별 보약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 몸에 좋다는 건 안 먹어 본 게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쉼 골프/장어·홍삼·고기… 여자 프로골퍼들의 여름나기

여름 라운드에서 보양식과 함께 반드시 신경써야 하는 것은 수분 섭취다. 몸에서 수분이 빠져 나갈 경우 후반 라운드서 급격한 체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의 이제균 원장은 “여름철 더위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늘을 찾아서 자주 쉬고 수시로 수분을 섭취하고 이온음료 등으로 전해질을 보충해 체내에 쌓이는 열을 내리는 것”이라며 “사상체질에따라 몸에 좋은 음식도 제각기 다르다. 열이 많은 태양인은 보리차, 체력이 약한 태음인은 칡차와 용안육차, 쉽게 답답함을 느끼는 소양인은 결명자차와 산수유차, 그리고 몸이 찬 소음인은 따뜻한 음식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