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자산관리 어떻게…

퇴직급여 목돈보다 연금으로 분할수령 ‘제2의 월급’효과에 절세까지 일석이조

2%대 쥐꼬리금리 은행넣어봐야 별무신통 주식·채권 투자 실적배당상품 자산 배분 물가상승률 만회하고도 남을 수익 가능

‘20년 공부해 30년 일하고, 은퇴 후 50년 버티는 사회’

오래 사는 것이 더이상 축복이 아닌 때가 왔다. 100세 시대에서 가장 긴 기간은 은퇴 후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 고령화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은퇴 연령은 당겨지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1년 유럽연합(EU)과 유로스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럽의 평균 퇴직 연령은 61.8세인데 반해 한국은 53세로 9살 가까이 빨리 은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주요국 가운데 퇴직연령이 빠른 편인 프랑스도 평균 퇴직연령이 58.8세로 한국보다 6년 더 일할 수 있다.

일할 기간이 준다는 건 그만큼 적게 벌고 많이 쓴다는 얘기다. 게다가 금리는 낮고 세율은 높다. 지금까지 자산관리에 관심없던 이들도 은퇴 설계에 대해선 눈을 번득여야 하는 때가 왔다.

위크엔드 5면/은퇴 후 부동산 의존도 줄이고 절세ㆍ연금ㆍ배당상품 활용해야

▶소득공백기에는 월지급되는 상품으로=은퇴 연령은 점점 낮아지는데 국민연금의 수령개시 연령은 고령화로 인해 늦춰지고 있다. 은퇴 후 연금 수령 시까지 ‘월 소득 공백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차장은 “대부분 실제 퇴직 연령과 국민연금수령이 개시되는 나이까지 5~10년 정도의 공백기간이 발생한다”면서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월지급식 상품 등을 가교연금으로 활용해 소득 공백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주의 자산액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무려 83%에 달한다. 부동산 값이 떨어지는 리스크는 물론, 은퇴 후 생활자금이 필요할 때 현금화도 쉽지 않다.

따라서 거주 목적의 부동산 규모를 줄이고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월소득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은퇴소득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부동산 투자가 자신없고 당장 현금 흐름이 아쉽지 않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가 사망 시까지 지급받기 때문에 노후 생존자금을 마련하는 데 적격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연령별로 받을 수 있는 연금수령액이 다른 만큼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위크엔드 5면/은퇴 후 부동산 의존도 줄이고 절세ㆍ연금ㆍ배당상품 활용해야

▶퇴직금은 목돈보다 연금으로 나눠받아야=은퇴 후 월소득이 없다고 세금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올 들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이 2000만원으로 낮춰지면서 무턱대고 은퇴자산을 은행에 넣는 것도 능사가 아니게 됐다. 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나갈 세금을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인 자산관리란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선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나눠받을 것을 권한다.

김대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세제 개편으로 퇴직금을 일시에 받는 것이 아닌 연금수령이 유리하게 됐다”면서 “연금의 분리과세 한도를 기존의 600만원에서 1200만원(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제외)으로 늘려 연금소득세 5.5%가 적용되는데, 이 중 퇴직급여는 연금으로 수령시 이보다 더 낮은 3.3%(주민세 포함)의 세율로 과세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근속연수 10년에 퇴직금 1억원을 연금으로 받을 경우, 4% 수익률로 15년간 연금으로 수령한다면 연간 연금수령액은 900만원으로 매년 부담하는 연금소득세가 29만7000원 수준이다. 15년간 누적 연금소득세는 445만원인 셈이다. 반면 일시금으로 연금 1억원 수령시 세금은 587만원으로 142만원이나 많다.

▶인플레이션, 실적배당상품으로 관리하자=저축은행도 2%대 금리로 떨어지면서 정기예금으로 노후자금 관리가 어렵게 됐다. 더군다나 금리는 낮은데 물가상승률은 오르면서 은퇴 후 모아놓은 자산을 아껴쓰기보다 재투자해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요구된다.

이종태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팀장은 “현재와 같은 저금리 시대에 단순 예금이나 원리금보장 상품에만 집착하는 것보다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실적배당 상품과 함께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적배당 상품이란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실적에 따라 수익률을 올리는 상품을 말한다. 연금저축펀드나 퇴직연금펀드가 해당된다.

실제 퇴직연금펀드의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최근 1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펀드’의 수익률은 31.65%로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가장 높다.

이어 같은 기간 ‘삼성퇴직연금 N재팬40펀드’의 수익률이 22.69%, ‘신영퇴직연금배당채권펀드’는 13.71%다 .

퇴직연금펀드의 순자산 규모도 증가세다. 2010년 말 설정액 10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자산운용사의 퇴직연금펀드 순자산 규모는 1조9650억원에서 이달 6조16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3조7040억원)에 비해서도 가파른 성장세다.

성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