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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김화영의 글에는 늘 프랑스 남부의 쏟아지는 햇살의 마른 내가 떠돈다. 그가 20대의 유학 시절을 보낸 엑상프로방스는 그에게 청춘, 자유였다. 1977년 그는 신혼의 아내와 이곳을 다시 찾았으며 30년이 지난 2011년 가족과 또 찾았다. 노년에 든 평론가가 엑상프로방스와 프랑스 마을 곳곳의 추억을 되짚어간 산문집 ‘여름의 묘약’(문학동네)은 그가 40여년 전 지중해 연안에 처음 발을 디딘 충격을 담은 에세이 ‘행복의 충격’과 비견된다. ‘행복~’이 밝은 세상을 향한 문 앞에 선 자의 설렘으로 충일한 과즙이 싱싱한 멜론과 같다면, ‘여름~’은 다양한 과일을 맛볼 수 있는 풍성한 여름식탁 같다. 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집과 카뮈가 요양한 농가 ‘르 파늘리에’를 다시 찾아 카뮈 문학과 함께한 시간을 아득하게 떠올리는가 하면, 스테판 말라르메가 기간제 영어 교사로 머물렀던 투르농의 고등학교를 찾아가 시인의 무력감과 고독감, 권태를 짐작해 보기도 한다. 조르주 상드의 고향,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골짜기의 백합’이 탄생한 곳 등 구석구석 문학여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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