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관객 3명 중 1명이 본 작품은 영화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이하 ‘NEW’)가 투자배급한 영화였다. NEW는 올해 한국영화 7편을 투자배급해 3000만명을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NEW의 흥행작엔 ‘7번방의 선물’ ‘신세계’ ‘감시자들’ ‘숨바꼭질’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영화 배급사별 관객점유율 1위다. CJ E&M과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도 NEW의 이름 밑에 있다.

CJ, 쇼박스, 롯데 등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하지 않는 ‘순혈’ 영화사가 한국영화 시장에서 3/4분기가 다 되도록 연간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것은 최근 10년만에 처음이다. 한국영화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관객을 불려가고 있고, 올들어 24일까지 974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사상 최고의 부흥기를 맞은 한국영화산업에서 뉴가 공룡같은 대형 투자배급사를 제치고 ‘파란의 진격’을 한 것이다.

NEW는 대중들에겐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브랜드이지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 한국영화계의 ‘히든 챔피언’(강소기업)이다. 이에 대해 영화계도 CJ, 롯데, 쇼박스가 3분해온 영화 배급시장의 ‘독과점체제’의 판도를 무너뜨리고, 산업의 균형과 기획의 다양성, 시장의 활력을 진일보시킬 수 있는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작은 영화사’ NEW의 파란, 강자들을 넘어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다

기존의 대형 투자배급사와 달리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외면하거나 사장할 뻔한 기획을 대규모 흥행작으로 성공시켜 영화계에서도 NEW의 선전에 환영의 목소리가 크다. 대기업을 업지 않고 자본금 20억원으로 설립된, 한국영화산업의 중소기업이자 벤처기업이 설립 5년여만에 정상을 다투게 된 비결은 뭘까.

먼저, ‘영화는 비즈니스’라는 확고한 경영관과 ‘세상을 밝게 하는 영화’라는 영화철학이다. NEW의 영화사업부 장경익 대표는 “‘영화는 로또가 아니라 위험을 분산시켜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하는 비즈니스라는 원칙으로부터 시작한 회사”라고 말했다. NEW는 쇼박스 및 메가박스 대표 출신의 전문 경영인 김우택 대표와 멀티플렉스 극장 프로그래머 출신 장경익 대표가 주축이 돼 설립된 회사다.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와 극장 운영의 경험이 ‘대박 1편이나 명망가 출신 감독ㆍ프로듀서에 의존하는 ‘한탕주의’를 지양하고 매편 작더라도 안정적인 이윤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NEW의 지향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유통이 크리에이티브를 결정하는 산업이라는 점에도 생각이 같았다. 그래서 두 대표는 NEW를 창립하면서 ”세상을 밝게 하는 휴먼 코미디”라는 뚜렷한 영화철학에 뜻을 모았다. 한국영화계에 NEW의 존재감을 알린 2010년의 ‘헬로우 고스트’나 올해 최고 흥행작이자 천만영화인 ‘7번방의 선물’ 등이 대표적이다. 장 대표는 “회사 규모상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를 투자배급하지만, NEW의 근본은 밝고 따뜻한 정서를 전해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의 힘과 색깔’에 대한 NEW만의 원칙이 톱스타-유명 감독-대규모 제작비 위주의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킨 또 하나의 비결이 됐다.

‘작은 영화사’ NEW의 파란, 강자들을 넘어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다

NEW가 ‘돈 될만한 이야기’를 건져 올려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빠른 의사결정과 지위고하 없는 의사소통이 가져온 조직의 유연성이다. NEW의 영화사업부 직원은 18명. 시나리오 회의를 할 때는 김우택 대표와 장대표 이하 영화사업부 직원이 모두 모여 난상토론을 벌인다. 20대부터 30~40대를 거쳐 50대인 김우택 대표까지 고르게 분포된 연령층의 임직원이 ‘계급장 떼고’ 발언을 한다. 흥행에 성공한 ‘몽타주’는 충무로에서 이미 돌고 돌다 사장될 뻔했던 시나리오였고, 김-장 대표는 회의적으로 봤지만 젊은 직원들의 열광적인 지지에 의해 NEW가 선택했던 작품이다. ‘감시자들’ ‘숨바꼭질’도 비슷했다. ‘헬로우 고스트’ 때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하루만에 투자배급을 결정했을 정도로 의사결정도 빠르다.

마지막으로 NEW의 수장인 김우택 대표의 리더십을 NEW의 선전 비결로 꼽을 수 있다. 장경익 대표는 이를 ‘나침반 리더십’이라고 표현했다. “직원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나침반을 보면서 여행하는 사람의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연령이나 지위고하 관계없이 똑같은 눈높이로 서로 묻고 답하는 동반자의 리더십으로, 김 대표는 다만 경험이 더 많은 여행전문가로서 조직을 이끈다는 것이다.

NEW의 기존 흥행작들은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았다. 올해 흥행작도 순제작비 36억원의 ‘7번방의 선물’과 25억원의 ‘숨바꼭질’ 등 50억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올해 선전을 바탕으로 향후 영화의 몸집을 불리고, 회사의 규모도 확장할 전망이다. 현재 50~60억원대 영화가 몇편 기획 중이고, 100억~200억원대 대작에도 문턱을 열어놓고 있다.

영화사업부가 중심이지만, 음악ㆍ공연사업부를 두고 음반, 공연, 매니지먼트 사업도 벌이고 있으며 내년 주식상장도 준비 중이다. 장경익 대표는 “토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종합 미디어회사로서 올해가 NEW에겐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작은 영화사’ NEW의 파란, 강자들을 넘어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