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의 ‘추추 트레인’ 추신수(31·신시내티 레즈)가 꿈에 그리던 포스트시즌(PS) 무대에서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 첫 기록을 세운 것으로, 추신수는 내년 1억달러 연봉의 거포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추신수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8회 4번째 타석에서 오른쪽 스탠드에 떨어지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피츠버그의 왼손 구원 투수인 토니 왓슨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펜스를 넘긴 것으로, 피츠버그 측에서 추신수가 친 공이 관중의 손에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심판진은 판독 후 명백한 홈런이라고 선언했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뛰던 지난해 7월 볼티모어의 다나 이브랜드(현재 프로야구 한화)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린 이래 1년 3개월 만에 왼손 투수를 상대로 포스트 시즌에서 통쾌한 홈런포를 빼앗았다.
이날 신시내티는 2대6으로 패했으나 추신수는 4회 몸에 맞은 볼로 출루해 팀의 첫 번째 득점을 올리는 등 이날 득점을 모두 자신의 손과 발로 해결하는 등 맹활약했다. 추신수는 이날 3타수 1안타를 치고 1타점 2득점을 올렸다. 이같은 추신수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디비전시리즈 출전권이 걸린 단판 승부에서 신시내티가 패배해 탈락하면서 추신수의 2013 시즌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추신수는 역대 한국인 빅리거로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001∼2002년)와 보스턴 레드삭스(2003년)에서 뛴 김병현(현 넥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2006년)·로스앤젤레스 다저스(2008년)·필라델피아 필리스(2009년)에서 활약한 박찬호(은퇴·이상 투수), 타자 최희섭(2004년·다저스)에 이어 4번째로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장해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신시내티 공격 첨병이라는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첫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1회에 ‘천적’ 왼손 투수 프란시스코 리리아노(피츠버그)의 예리한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추신수는 0-3으로 끌려가던 4회 톱타자로 나와 리리아노에게서 오른쪽 어깨를 맞고 걸어나갔다. 이후 후속 라이언 루드윅의 안타 때 2루를 밟고, 2사 후 제이 브루스의 좌전적시타 때 홈에 들어왔다.
6회에는 다시 리리아노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겼으나 힘없는 투수 앞 땅볼로 잡혔다. 그러나 8회 4번째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왓슨의 시속 153㎞짜리 직구를 잇달아 걷어내더니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끌어당겨 홈런을 터뜨렸다.
추신수는 경기가 끝난 후 “의미 있는 한해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패해 아쉽다”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1번 타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 얻은 성과”라며 “내년에는 준비를 더 많이 해 좋은 성적을 보여 드리겠다”고 인사했다.
내년에는 어떤 팀에 가고 싶으냐는 물음에 “아직도 신시내티 선수여서 이문제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다”며 차차 시간을 두고 행선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