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무조건 메달을 따라는 미션이 내려왔습니다. 금메달은 한국이 가져가겠지만 다른 메달은 중국 차지가 될 겁니다.”

중국 골프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포츠 대국에 걸맞지 않게 초라했던 중국 골프는 이제 외형 뿐 아니라 내실도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다. 2004년 2개에 불과했던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 투어 대회는 올해 14개로 늘어났고 2년 내 2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박세리’ 펑샨샨(24)은 미국 LPGA에서 3승을 거두며 ‘샨샨키즈’의 탄생을 이끌고 있다. 13억 인구의 힘이 중국 스포츠의 마지막 불모지인 골프에서도 조만간 나타날 조짐이다.

지난 12~15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만난 리홍(45) CLPGA 총경리(부회장)는 “베이징의 골프인구만 20만명이 넘는다. 골프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대중의 관심이 몇 년 새 엄청나게 늘었다”며 “2006년 동방여자오픈(현대차 여자오픈의 전신)을 시작으로 8년간 KLPGA와 대회를 공동주관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한국을 롤모델로 삼아 중국 골프도 크게 성장할 것이다”고 했다.

리홍 CLPGA 부회장 “올림픽 金은 한국이, 다른 메달은 우리가 따야죠”

리홍 부회장은 “중국 골프가 성장한 건 최근 3년의 일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크게 늘었다. 10년간 중국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골프 인구도 증가했다. 특히 한국처럼 여자골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했다.

여자골프 인기의 중심엔 단연 펑샨샨이 있다. 2008년 중국 출신 1호 골퍼로 LPGA 투어에 진출한 펑샨샨은 지난해 메이저대회서 첫 승을 거뒀고 올해 2승을 보탰다. 특히 올시즌 첫 승을 올린 10월 베이징 레인우드클래식은 중국 골프의 열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리홍은 “작년까지는 골프 대회가 열려도 손님들이 안와 일반인들에게 공짜표를 나눠줬는데 올해는 실제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대거 왔다. 사흘동안 4만명의 갤러리가 왔는데 10세 이하 아이들, 특히 딸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만간 박세리 키즈처럼 ‘샨샨키즈’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내년에 중국서 LPGA 대회가 하나 더 추가된다. 아시안 스윙 기간 중인 10월30일 개막되며 대회명과 코스는 내년 초 발표된다. 리홍은 “내년 중국에서 LPGA 대회가 2개 열린다. 한국과는 금호타이어, 현대자동차와 2차례 대회를 공동 주관하고 유럽투어 대회도 늘릴 계획이다. 1년에 20개 정도 대회를 치르면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장 배경은 정부의 변화다. 리홍은 “골프에 대한 국가의 태도가 바뀐 게 첫번째다. 지금까지 골프는 귀족스포츠라고 해서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올림픽 채택 후 정부가 나서서 대중화를 주도하고 대표팀에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관심이 커지면서 압박도 늘었다. 그는 “리우올림픽에서 무슨 색깔이든 무조건 메달을 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금메달은 한국이 따고 다른 메달은 중국이 가져오면 좋을 것같다”며 웃었다.

광저우=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