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새벽(한국시간) 나올 미국 연방 은행장 회동 결과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병에 걸린 미국 경제를 치유하기 위해 처방한 링거 투여량을 줄일지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헬리콥터 벤’으로 불린다. 경기회복을 위해 2009년부터 5년간 3조달러가 넘는 돈을 뿌린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랬던 버냉키가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변심했다. 작심한듯 ‘연내 양적완화(QE) 축소 후, 내년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자 신흥국에선 통화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증시가 폭락했다.
그러나 버냉키는 폭탄선언 이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FOMC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불확실성이 걷힐 듯하다. 깜짝 경제 성장과 고용시장 안정, 내년 예산안 잠정 타결 등의 퍼즐이 급작스럽게 짜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퍼링을 앞둔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의 반응은 온도차가 크게 느껴진다. 아시아 펀드 자금은 7주 연속 빠진 반면, 선진국 시장으론 경기회복 기대감에 돈이 몰리며 차별화가 진행 중이다. 신흥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Fed 입장에서 QE 축소는 ‘증세가 호전된 환자를 퇴원시키는 과정’이다. 건강한 환자를 방치해 비만(자산 버블)만 키운다는 비난도 더 이상 외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퇴원한 환자가 발작을 일으킬지, 치명적 바이러스를 이웃(신흥국)에 감염시킬지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러나 ‘내 코가 석 자’인 미국은 출구전략 시간표에 이웃사촌의 사정을 고려할 처지가 못 된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라면, ‘연말이냐, 내년 1분기냐’는 시기 예측은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장기 저금리 시대’는 종언을 고한다. 지난 5월 1.6% 선이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리 상승은 신흥국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탈→증시폭락→통화가치 급락→외환보유고 급감→외환위기 등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신흥국이 ‘퍼펙트 스톰’에 휩쓸리면 ‘단기외채 비중이 낮고, 경상흑자 등 펀더멘털이 강한’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금리 상승과 동반한 달러 강세는 엔저를 가속화시켜 우리 수출 경쟁력에 치명타가 된다. 엔저로 무장한 일본 기업의 부활은 물론, 턱밑까지 추격해온 중국의 부상도 위협적이다. 신흥국 불안의 투자대안으로 떠올랐던 한국증시에서 최근 외국인이 이탈하는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듯하다.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도 아랑곳 않고, 대선 이후 1년째 멈춰선 대한민국 정치 시계도 ‘외국인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채 문제는 또 한 번의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서서히 예측불가 영역으로 빠져들고 있다. 테이퍼링발 글로벌 자산시장 메가트렌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철저한 출구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강주남 국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