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조용필 · 엑소

2013년 가요계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한 해였다. 예견치 못한 히트곡들과 음악적으로 뛰어난 성취를 거둔 앨범들이 여느 해보다 속출해 뜻밖의 즐거움을 줬다. 이렇게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뜨거웠던 올 한 해 가요계에도 낭중지추(囊中之錐)는 있었다. 10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으로 ‘가왕’이란 수식어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한 조용필, 이젠 전설이나 다름없는 ‘밀리언셀러(앨범 100만장 판매)’라는 단어를 가시화시키며 침체된 아이돌계의 세대교체를 알린 그룹 엑소(EXO)가 그들이다.

▶예상치 못한 ‘가왕’의 유쾌한 습격=올봄 온라인 음원 차트와 오프라인 앨범 차트를 휩쓴 주인공은 익숙하고도 낯선 이름인 조용필이었다. 지난 4월 조용필은 10년 만의 새 앨범이자 정규 19집인 ‘헬로(Hello)’로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모던록과 브릿팝의 요소를 적극 도입한 조용필 19집은 세련된 사운드와 젊은 감각의 음악으로 단숨에 전 세대를 사로잡으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급기야 조용필은 아이돌들의 전유물인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단 한 번의 방송 출연 없이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조용필의 앨범을 구입하기 위한 팬들의 행렬이 화제를 모았고, 판매량은 무려 30만장에 달했다.

이 같은 조용필의 화려한 귀환은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음악 시장에 지쳐 있던 중견 가수들에게 상당한 자극을 줬다. 이 때문에 올 한 해 가요계는 그 어느 해보다 중견 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세대교체 알린 ‘대어’급 아이돌=절대강자 없이 지리멸렬하던 아이돌들의 경쟁 체제 속에 출사표를 던진 엑소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등장한 ‘대어’였다. 엑소의 막강한 파괴력은 앨범 판매량이 증명하고 있다. 지난 6월에 발매된 엑소의 정규 1집 ‘XOXO 키스 앤 허그(Kiss&Hug)’는 현재 100만장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요계에서 ‘밀리언셀러’는 지난 2001년 김건모 7집(139만장)과 g.o.d 4집(180만장)이 마지막이다. 엑소는 음원 시장에 밀려 침체된 음반 시장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아이돌들과 궤를 달리한다. 엑소의 등장은 지난 수년간 신인 기근을 겪은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