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독재권력의 강화를 위해서라면 가족들이라고 해도 가차 없이 처내는 북한 ‘김씨왕조’의 가족잔혹사가 다시 한번 되풀이됐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을 실각시킨 것은 아무리 가까운 친인척이라고 하더라도 최고지도자의 유일 영도체계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용도폐기할 수 있다는 북한 권력의 냉혹한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가계의 ‘백두혈통’과 가까운 로열패밀리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아침에 권력 핵심부에서 밀려난 것은 장성택이 처음이 아니다.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에서도 한바탕 피바람이 불었다.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되자마자 후계경쟁을 펼쳤던 작은 아버지 김영주 숙청부터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일성은 제1의 건국공신이자 친동생인 김영주를 공개석상인 당 전원회의에서 건강이 좋지 못하고 일에 성의가 없다는 이유로 비난하기도 했다.

김영주는 이후 한동안 유배 생활을 하다가 김정일이 완전히 권력을 장악한 1990년대 들어서야 국가 부주석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직을 받고 복권됐지만 실권은 전혀 없는 그야말로 명예직에 불과했다.

김정일은 계모 김성애에게서 난 이복동생 김평일도 헝가리, 불가리아, 폴란드 대사 감투를 씌워 사실상 국외추방해버렸다.

김정일의 또 다른 이복동생 김영일 역시 외교관 신분으로 해외를 떠돌다 2000년 독일에서 객사하며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김씨 왕조의 가족잔혹사는 김정은 시대 들어서도 반복됐다.

한 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던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은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되면서 김정일의 눈밖으로 벗어난 이후 베이징과 마카오를 전전하는 ‘떠돌이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정일의 장남으로 상주 역할을 맡았어야 할 김정남은 김정일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의 친여동생인 김경희는 남편 장성택과 함께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면서 북한 권력의 한축을 맡고 있었지만 이번에 남편의 실각을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4일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독재권력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가족이라도 제거될 수밖에 없다”며 “장성택도 이를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결국에는 실각됐다”고 말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