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국회의 부동산 관련법안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생기를 되찾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정지모드’로 급선회했다. 취득세 영구인하ㆍ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ㆍ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 조치들이 일제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집값은 하락세로 반전했다. 주택구매 심리도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위 소관 부동산 법안은 지난 6월 이후 5개월 넘도록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의결절차를 한 차례도 밟지 못했다.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법안 통과를 위한 첫 관문이다. 지난 다섯달 간 이 문턱을 넘어본 법안이 전무한 것이다.
국토위 소위는 지난달 15일 리모델링 수직증축(주택법), 개발부담금의 한시감면(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일부 법안에 대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당지도부의 반대를 들어 의결하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는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ㆍ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ㆍ주택바우처 도입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과 행복주택 개념 정의와 특례 부여 등을 담은 보금자리주택특별법 개정안 등 굵직한 현안들이 쌓여있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예 논의 대상에서 빠져 사실상 연내 통과가 물건너갔다. 당초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법 처리 지연으로 내년 3월 시행도 어려운 처지다.
안전행정위원회 소관인 취득세 영구 인하와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 법안 등은 해당 위원회의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회복시켜줄 이들 핵심 법안들이 표류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전국주택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0.07%내렸다. 올 10월과 비교하면 0.19%올랐으나 상승폭이 낮아졌다. 한달새 집값이 오른 지역도 전국 177개지역중 143개로 지난달(161개)보다 줄었고, 가격이 내린 곳은 16개 지역에서 34개로 갑절이상 늘었다. 감정원은 “부동산 관련 법안의 처리 지연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주택매맷값은 지난 달보다 오름폭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호가로 매겨지는 시세도 내리막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하락했다. 월간 변동률로는 지난 8월 이후 3개월만의 하락세다. 신도시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도 한달 이상 가격 변동이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말이면 4ㆍ1부동산 대책으로 시행한 양도세 한시 감면 조치와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혜택 등 각종 활성화 조치가 종료돼 내년 이후 주택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선 주택거래시장과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각종 법안 처리 지연으로 주택시장이 나빠지고 있는데 국회는 정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비판한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국회는 잘 안돌아가는 상황에서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하다보면 소비자들의 주택구매심리는 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도 “근본적으로 국회와 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현재 계류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 통과가 계속 지연될 경우 시장불신이 커져 주택시장 회복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