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박사 출신 SF 소설가 전윤호 작가
“AI 자기회기 구조, 장편소설 창작 어렵게 해”
좋은 글쓰기 요소는 창의성·복잡한 구조의 서사
작가와 협업하며 창작 능률 높일 새로운 버전 필요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다방면에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AI)이 왜 글은 잘 써주지 못할까요? AI가 베스트셀러를 쓰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성형 AI의 동작 원리와는 다른, 새로운 UX(사용자경험)와 소프트웨어를 지닌 창작용 버전이 필요합니다.”
전윤호 작가는 1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에서 “챗GPT-3 모델을 이용해 7명의 작가가 모여 초단편의 SF 책을 출간해봤는데,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언어생성 AI가 가진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입력된 토큰 다음에 올 토큰을 하나씩 예측해 다시 입력해 추가하는 형태로 문장을 생성한다. 이를 ‘자기회기’ 텍스트 생성 방식이라고 한다.
그는 “LLM은 단지 확률이 높은 토큰을 샘플링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며 “때문에 상투적이고 뻔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거나 복잡한 구조·복선·반전을 생성하지 못하는 등의 구조적 문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 작가는 좋은 글쓰기의 요소로 창의성과 복잡한 구조의 서사를 꼽으며, 기존 AI는 그 두가지를 구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AI는 입력이 같으면 똑같은 도출값을 내기 때문에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 어렵다”며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려면 외부에서 창의성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편소설을 만들려면 텍스트를 형성하기 전에 주인공·세계관 등에 대한 상위 구조를 입체적으로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AI는 텍스트만 쭉 출력하기 때문에 복잡한 스토리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AI가 베스트셀러 수준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존 생성형 AI에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창작용 소프트웨어가 더해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전 작가는 “예를 들어 언어 모델 안에 서사의 기법을 가지고 있는 프롬프트 라이브러리 ▷글쓰기에 필요한 참고자료 등을 포함하고 있는 구조”라며 “여기에 작가와 협업하면서 이를 수정하고 글을 생성해보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작업할 수 있는 새로운 UX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챗GPT-4 등 최신 AI는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할 때 AI가 참조했으면 하는 자료들을 추가로 제공해서 이를 참조해 답변하는 기능이 장착돼있다”며 “챗봇 형태의 AI 보다 한눈에 구조를 보여주거나, 여러가지 옵션을 시각화해 제시하고 구조화시키는 AI라면, 사람과 협업하는 것보다 더 높은 능률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작가는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의 SF 소설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AI와 로봇을 연구했고 2000년부터 테크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에서 연구개발(R&D)를 수행했다. SK플래닛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으며, 알티캐스트에서 AI 신규사업을 리드했다. 2020년부터 사실적인 과학기술을 다루는 하드SF 작가로서 두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2023년에는 챗GPT를 활용한 SF앤솔로지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