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점점 커진 K-컬처 영향력 반영”
문화계 “우리문학, 세계 중심에 진입”
“문학시장 잃어가는 활력 되찾는 쾌거”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K-컬처가 바야흐로 주류 문화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위시한 K-팝과 함께 영화 ‘기생충’, 시리즈 ‘오징어게임’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지만, 사실 문학이나 미술 등 고급문화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소외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강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K-컬처가 대중문화는 물론, 고급문화 영역에서도 글로벌 톱티어 레벨에 올라섰음을 증명하게 됐다는 게 문화계 전반적인 반응이다.
특히나 국내 문학시장이 활력을 잃은 상황에서 한국 작가의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 수상은 국내 작가는 물론 독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문학계 등에 따르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이 선정되자 K-컬처의 세계적인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며, 주류 문화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찬쉐 작가의 수상을 점쳤던 외신들은 한강의 수상을 두고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는 와중에 이뤄진 ‘깜짝쇼’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깜짝쇼(surprise)였다”며 “발표 전 출판가들은 올해 수상자로 장르를 뛰어넘는 소설을 쓰는 중국의 전위적인 작가 찬쉐를 가장 유력하게 꼽았다”고 보도했다.
AP는 한강의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의 의미에 대해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해준다”며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작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포함한 K-팝 그룹의 세계적 인기 등 K-컬처의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에 이뤄졌다”고 조명했다.
교도통신은 “2010년대 이후 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진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았고 일본에서도 ‘K-문학’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며 “한강은 그중에서도 보편성과 문학성에서 선두를 달렸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변방의 언어인 한국어 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한국 문화가 고급문화 영역에서도 이미 세계적인 레벨에 도달했음을 드러내준다”고 평했다.
올해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중국의 찬쉐,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수년 전부터 강력한 노벨상 후보로 올라왔던 중견 작가들을 제치고 이뤄낸 성과라 일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문학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우리 문학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이에 따른 해외 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들로 인해 한국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올해가 아니었더라도 조만간 가능한, 사실 예견됐던 일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등은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44개 언어로 총 2032건의 번역·출판 활동을 지원했고, 대산문화재단 역시 민간으로서 이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번역 지원 활동을 펼쳤다. 덕분에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 유력 문학상 후보에 오르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일례로 한강은 2010년대 다양한 국제 문학상의 최종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결국 노벨상과 함께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을 2016년 받았고, 지난해에는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는 등 매년 굵직한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강 외에도 박상영, 신경숙, 김애란, 정이현, 천명관 등의 작가가 지난해 해외 문학상 후보에 1차 혹은 2차 리스트 후보에 올랐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지난 10일(현지시간)에도 김주혜 작가가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했던 기관과 우리 문학에 관심을 가져준 높은 수준의 번역가, 이에 호응한 해외 독자들이 있어 가능했다”며 “한국 문학이 활력과 위엄을 잃어가는 시기에 활동한 작가가 세계적인 권위의 상을 타게 돼 어느 때 보다 기뻐할 만한 쾌거다”고 말했다.
신소연·김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