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위한 유일한 선택지

MBK 사법 리스크 예의주시

공개매수 성공 여부 무의미, 분쟁 장기화 ‘촉각’

MBK ‘동결’ vs 최윤범 ‘영풍정밀 매수가 17% 상향’…불편한 동거 불가피 [투자360]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17% 상향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3만원으로 가격 동결을 예고한 시점에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매수 물량 측면에서는 MBK가 최 회장보다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도 예고한 만큼 자사주 공개매수가도 상향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물론 양측 모두 공개매수 응모 주식을 모두 사들인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주주로서 ‘불편한 동거’는 불가피해졌다.

11일 최 회장은 개인회사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추진하는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3만5000원으로 조정한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추가로 필요한 자금 200억원은 티케이지태광(옛 태광실업)에서 1년 만기, 이자 5.7% 조건으로 빌렸다.

최 회장의 영풍정밀 지분 최대 매수 물량은 기존대로 25%를 고수한다. MBK 측은 43%를 계획하는 만큼 주주 입장에서 청약 성사 가능성을 높이려면 MBK와 배분해서 매도할 개연성이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고려아연으로 쏠린다.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인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날 오전 모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MBK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까지 2영업일 앞두고 있으며 매수가를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현재 양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83만원이다. 최대 매수 물량은 MBK가 14.6%, 고려아연이 18%다.

최 회장이 11일에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하면 기간 변경 없이 기존대로 23일까지 청약 받을 수 있다. MBK는 14일에 종료돼 주주 입장에서 빠르게 대금을 정산 받을 수 있고 세금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어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최 회장이 가격 메리트로 주주 청약 유인을 끌어낼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물론 최 회장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의 재원을 회사를 차주로 세운 차입금을 동원하는 점은 부담 요소다. 시가보다 월등히 비싼 수준에서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에 손해를 입힐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매수가격을 올릴수록 이사진의 배임, 선관주의의무 소홀 등의 지적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최 회장과 MBK 모두 이번 공개매수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공표하며 가격 경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거래소는 영풍정밀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 상태다. 최 회장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감췄다는 지적을 받는 탓이다. 구체적으로 영풍정밀 공개매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나증권에서 1000억원을 대출 받고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다만 이 같은 사실을 10일 지나 공시했다.

그러나 최 회장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압박은 사후적으로 해결할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MBK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MBK와 최 회장 모두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응모율에 관계없이 청약 물량을 전량 사들이기로 했다. 그만큼 이미 양측의 ‘불편한 동거’는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공개매수 성패 여부에 관계 없이 이사회 장악을 위한 표 대결 등 갈등은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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