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그림으로 상속세 납부, 첫 사례 나왔다
2007년 제작된 쩡판즈의 초상화 2점, 린넨에 유채, 220x145cm.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국내 처음으로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낸 사례가 나왔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물납 미술품 4점이 오는 8일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반입된다. 미술품은 ▷이만익 ‘일출도’(1991) 1점 ▷전광영 ‘집합 08-JU072 BLUE’(2008) 1점 ▷쩡판즈 ‘초상화’(2007) 2점이다. 이는 지난 2023년 1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물납제가 도입된 이후 최초다.

문체부 관계자는 “납세자가 물납 신청한 미술품 중 학술·예술적 가치와 활용도, 작품 보존 상태 등을 검토해 물납 적정성 여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쩡판즈의 작품은 이번 물납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처음으로 소장하게 됐다. 물납된 쩡판즈 작품 2점은 지난해 4월 케이옥션에 출품됐다가 취소됐는데, 당시 경매 낙찰 추정가는 각각 11억5000만~15억원이었다.

돈 대신 그림으로 상속세 납부, 첫 사례 나왔다
이만익, 일출도(1991), 캔버스에 유채, 333×172cm(왼쪽). 전광영, Aggregation 08-JU072 BLUE(2008), 닥종이에 혼합재료, 214×404cm

물납제는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고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가액보다 많을 때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해외에서는 프랑스가 1968년 일반세법에 근거해 최초로 문화유산 등에 대한 물납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물납된 미술품은 올해 1월 서울 서초세무서에 물납 신청된 10점 중 4점이다. 서초세무서가 신청 내역을 통보하면서 문체부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된 심의위를 거쳐 10점 중 4점에 대해 물납 필요성을 인정했다.

국내 문화계에서는 2020년 5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은 것을 계기로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내는 물납제 도입 주장이 본격화됐다. 이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전후해 물납 허용 요구가 거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