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 말 한글로 보전’…영상공모전 열려
경동나비엔 후원…41개 언어 240개 작품 제출
표음문자인 한글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각국의 개별 언어를 보전하도록 돕자는 운동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재단법인 한글누리가 주최하고, 한글학회와 훈민정음학회가 후원하는 ‘한글 페스타’가 2년째 열렸다. 이번 공모전에는 41개 언어를 사용하는 필리핀, 이란, 인도네시아 등 48개국에서 총 240개의 작품이 제출됐다.
전체 1위(으뜸상)은 세계 또는 국가나 민족의 기원에 대한 신화’를 주제로 진행된 ‘이야기부문’에서 1위를 한 필리핀의 글렌 촌도Glenn Tiondo) 씨가 제출한 ‘쭈파가오가 사람을 만든 이야기’.
필리핀 북부 이푸가오족의 탄생신화를 이야기한 이 작품은 훈민정음 옛 글자를 활용해 타갈로그어 표기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였다. 키보드로 표현할 수 없는 옛 글자는 포토숍으로 직접 작업해 표기했다. 신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귀여운 꼬마’ 또는 각국의 자장가를 주제로 진행한 ‘노랫말부문’은 귀여운 꼬마를 부른 이란의 세예데 마리암 자레(Seyedeh Maryam Zare) 씨가 1위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옛 한글 자모를 페르시아어 음가에 부합하게 적절히 활용하며 가사 표기의 오류를 줄였다.
이밖에 국가(國歌)부문 1등은 인도네시아의 윈다 위댜스뚜띠(Winda Widyastuti) 씨가 수상했다. 옛 한글 자모를 최소로 활용해 인도네시아국가 중 하나인 ‘내 조국(Tahah Airku)’을 표기하며 가독성을 높였다. 수상작들은 한글페스타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글누리는 표기의 정확성과 효율성, 영상의 예술성 등을 고려해 전 부문 최고상인 으뜸상과 부문별 1등을 포함해 99개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으뜸상에는 1만달러, 부문별 1등에는 5000달러 등 총 6만2000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글누리는 이런 활동을 위해 2022년 설립됐다.
한글을 세계의 알파벳처럼 활용하려면 반치음(ㅿ-Z발음과 유사), 순경음 비읍 및 피읖(ㅸ, ㆄ-V, F), 아래아(·), 여린히읗(ㆆ-H) 등 사라진 훈민정음 옛 자모부터 되살려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한글누리는 “공모전에서 표음문자인 한글의 장점을 활용해 각국의 고유한 문화를 표기하는 독창적인 시도가 이어졌다. ‘세계문자로서 한글의 활용’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현행 한글로 자신의 모어를 한국어식 발음으로 표현하는 기초적인 단계부터, 옛 한글까지 활용하는 높은 수준을 가진 다양한 참가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글누리연구소 김주원 소장(서울대 언어학과 교수)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이 전 세계의 말을 적는 도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