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주포럼 회기간 회의 기조연설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정덕구 니어(NEAR)재단 이사장은 27일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깊게 하고, 중국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며, 일본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때 우리의 선진국 외교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머셋 팰리스 2층 세미나룸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한 한일중 3국 협력’을 주제로 열린 2024 제주포럼 회기간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제 선진 중견 국가로서 시야를 세계 외교안보 역학 관계에 대한 큰 그림으로 확장해 인도태평양을 넘어 글로벌 커뮤니티의 관점에서 외교안보 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이사장은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 미중 간 대립이 한국을 자강의 길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중국과 한국은 가치적·문명사적 동류(Like-Minded) 국가가 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의 국내 정치 특성상 한국이 어려울 때 미국이 항상 세이프가드나 최종 대부자(Lender of the Last Resort)가 될 것이라는 믿음은 비현실적”이라며 “중국과 미국 모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한국이 이에 반하는 선택을 할 경우 언제든지 국익 차원에서 한국에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 낀 존재에서 벗어나 두 강대국 모두에 필요한 나라가 돼야 한다”면서도 “자강론도 당분간 두 나라와의 협력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자력으로 생존권을 지키면서 힘을 견제하고 방어할 수 있는 동시에 핵심 및 틈새 원천기술을 확보해 필수적인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국격에 맞게 선진국 수준의 외교 역량을 키우고 물적·인적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며 “국내 정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국제 외교·안보의 흐름에 역류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 이사장은 “한국의 생존 방정식에서 상수인 한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중요한 변수인 중국과 공존해 나갈 것인지가 한국의 생존에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주권, 생존권,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인지의 문제에 집중할 경우, 양자 관계보다 삼자 관계 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국가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신념을 중국에 각인하고, 반도체 이외에 미중 모두 아쉬워하는 전략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면서도 “한국이 중국에 할 말을 한다고 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을 전면 부정하거나 중국의 자존심을 지나치게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인 미국에 대해서도 국익 차원에서 때때로 우리의 원칙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 의회 등 워싱턴 조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며 대화 채널과 인적 네트워크를 튼튼히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