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결손 규모가 약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애초 예측보다 그만큼 세금이 덜 걷힐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4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났다.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계획한 나랏일을 하지 못하고 꼭 써야겠다고 잡아놨던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 또 경기부양이나 재난대응 등에 쓸 나랏돈 여유도 없어진다. 정부의 경기 오판이 초래한 세수 결손은 결국 민생과 기업 활동에 막대한 타격으로 이어진다. 당장 세수 결손 보완대책뿐 아니라 정확한 추계를 위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26일 발표한 세수재추계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잡아놓았던 세입예산(367조3000억)보다 29조600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둔화로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아 올해 내는 법인세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원래 법인세 수입은 77조7000억원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63조2000억원만 걷혀 14조5000억원의 결손이 생길 것으로 재추계됐다. 또 부동산시장 침체와 자산시장 부진으로 양도소득세 및 상속·증여세가 6조3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자영업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 결손 규모도 4조1000억원이다.

각 세수 결손 항목을 보면, 글로벌 교역, 자산시장, 내수경기 등에 대한 정부의 전망과 예측이 실제와 큰 오차가 있었음이 드러난다. 너무 낙관적으로 추계한 것이다. 당장 지난해 반도체시장 회복세가 더뎠음에도 정부는 이른바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호조)’ 전망을 고수했다. 정부는 재추계에선 글로벌 복합 위기, 고금리 장기화 등 예상치 못한 변수 탓에 올해 오차를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입 전망이 4년째 어긋나고 있다는 점에서 추계 오차를 단순히 글로벌 경기변동성 탓만으로 돌릴 순 없다. 2021·2022년 세수는 예상을 큰 폭으로 초과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대규모 결손이 발생했다. 추계가 과소든 과잉이든 오차가 크게 발생한 것은 경제정책 출발이 되는 정부의 현실 인식에 심각한 잘못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도 “한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며 내년 법인세가 재추계 전 올해 예산안(77조7000억원)보다 10조8000억원 더 걷힐 것이라는 예상했다. 그러나 미-중 갈등과 중동 정세불안에 대외 불확실성은 고조되고 반도체경기 전망도 부침이 심하다. 금리변동성과 국내 집값·가계빚 부담도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막연히 ‘희망회로’만 돌릴 때가 아니다. 명확한 세수 결손 대책과 함께 냉철한 경기 판단에 입각한 예산안 수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