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기업가치 개선)에 모범적인 기업 100곳을 선정한 ‘코리아 밸류업지수’가 24일 베일을 벗었다. 정보기술(IT)기업 24곳, 산업재 20곳, 헬스케어 12곳, 금융·부동산 10곳 등이 담겼다. 코스피 종목이 67개이고 나머지 33개는 코스닥 종목이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시가총액, 수익성, 주주환원, 주가 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따졌으며, 특정 산업군 편중 없이 고르게 편입되도록 했다는 게 한국거래소 설명이다.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KB금융, 포스코홀딩스 등 4곳이 탈락한 가운데 현대차·신한지주 등은 기준엔 미달했지만 기업가치 개선계획을 자진 공시해서 턱걸이로 지수에 포함되기도 했다. 오는 30일부터 시행되며 11월에는 관련 지수선물 및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장된다.
밸류업지수 발표는 한국 증시에 큰 모멘텀(상승 동력)인 것은 분명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지수를 과거로 소급해서 최근 5년 수익률을 따져봤더니 43.5%였다. 이는 같은 기간 200개 우량 기업의 주가로 만든 코스피200지수의 상승률 33.7%보다 높다. 이번 밸류업지수 선정에서 탈락한 기업들이 밸류업에 더 공을 들이고 선정된 기업들은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가 완화되고 주가도 오를 수 있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이 밸류업 종목을 매수하거나 밸류업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다면 상승효과는 더 커진다.
한국 증시의 글로벌 위상이 갈수록 뒤처지는 상황이라 밸류업지수의 흥행은 더 절실하다. 글로벌 대표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2004년 한국이 MSCI 신흥국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67%로 1위였지만 올해 기준으로는 11.67%로 중국(24.42%), 인도(19.9%), 대만(18.77%)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
한국 증시의 밸류업이 성공하려면 기업의 혁신역량과 실적, 펀더멘털(기초체력) 등 본원적 가치를 높여야 하지만 기업 환경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주주환원 촉진세제와 금융투자세 유예, 상속·증여세 경감 등 조치가 하루빨리 뒤따라야 한다. 대주주로서는 경영권 방어나 상속·증여를 고려하면 주가가 올라가는 게 좋지 않아 밸류업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다. 거대 야당이 금투세 유예를 주저하는 사이 큰손들의 해외 이탈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세제의 민감성을 말해준다. 결국 세제 인센티브가 함께 가야 K-증시 레벨업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