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보다 더 심각”
NYT “이, 헤즈볼라 위협했다 반발 커져…지상전 선택 가능성”
프랑스 안보리 긴급회의 요구...아랍국 이스라엘 규탄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스라엘군이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2006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에 나서면서 이스라엘이 전면전이라는 도박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지상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국제사회가 양측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이번 교전이 2006년 전쟁과 유사하지만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면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남부와 동부 지역에 이스라엘이 가한 공습으로 최소 492명이 사망했고 16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통신은 “가자 전쟁 후 지난 1년 간 두 지역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했지만 전면전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에게 결국 지상전을 대체할 방안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은 흔한 일로 볼 수 있지만, 이날 전투는 지상군이 개압하는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6년 7월 헤즈볼라가 국경에서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하면서 양측은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향해 공중에서 집중 공세를 퍼부은 뒤 지상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인질 구출과 헤즈볼라를 궤멸하겠다는 두 가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결국 전면전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안건이 만장일치로 채택되며 전쟁은 일단락됐다.
34일 동안 지속된 이 전쟁으로 이스라엘 군인 121명, 헤즈볼라 약 250명, 민간인 약 1200명이 사망했다. 영국 BBC 방송은 “만약 전면전이 번진다면 이스라엘은 2006년과 똑같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아이언 돔 방공 시스템이 레바논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
18년이 흐른 현재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다시 전면전 위기에 놓인 건 이스라엘의 ‘계산 실패’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지난 17일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등 대량 폭발 사건으로 헤즈볼라를 겁주려 했으나 헤즈볼라의 반발이 예상보다 크면서 전면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NYT는 “이스라엘은 지난주 공격으로 헤즈볼라를 불안하게 만들고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철수하기를 바랬다”며 “현재로서는 그 반대의 상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는 19일 화상 연설을 통해 보복을 공언했고, 이에 이스라엘은 지난 2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한발 앞서 표적 공습했다. 헤즈볼라 서열 2위로 꼽히는 이브라힘 아킬 등 헤즈볼라의 군사작전을 주도하는 지휘관들을 제거했다.
5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이번 대규모 공습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가 굽히지 않는다면 결국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감행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더 이상 군사적 압박을 가할 수 없다면 (레바논) 침공이 이스라엘 지도부가 선택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가자지구 전쟁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큰 부담이다. 이미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시에 서안 지구 등에서 공습을 이어가는 등 군사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NYT는 “지난해 10월부터 전투 중인 이스라엘 군대는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물리치지 못했다”며 이스라엘이 한꺼번에 여러 전투를 병행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헤즈볼라가 하마스보다 세력이 강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보다 더 큰 산악 지대를 장악하고 있고, 하마스보다 더 정교한 요새, 더 강한 군대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YT는 “레바논을 침공하려면 이스라엘 군대가 수천 명의 예비군을 소집해야 한다”며 “이들 중 많은 경우가 지난해 가자 전쟁으로 지쳐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지상 전면전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AFP와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격렬한 이스라엘의 폭격 작전으로 블루라인(Blue Line) 상황이 악화하고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다수 민간인 사상자와 실향민 수천명이 나온 데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루라인은 200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를 확인하기 위해 유엔이 설정한 경계선으로 사실상 양국의 국경으로 여겨진다.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요르단 등 레바논 인근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일제히 규탄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