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 ‘K-콘텐츠’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저작권 무역수지가 1조8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를 포함한 지식재산권(지재권) 무역수지도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저작권과 함께 지재권의 또 하나의 축인 산업재산권은 1조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한국의 지재권 수출이 여전히 문화예술저작권 중심으로 이뤄지고, 특허·상표권 등 기술 부문에선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음이 다시 확인됐다. 문화예술저작권뿐 아니라 기술지재권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의 장기적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25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재권 무역수지는 1억4000만달러 흑자로 기록됐다. 지난해 하반기 3억7000만달러보다 흑자폭은 줄었지만 전년 동기(-1억9000만달러) 대비로는 흑자 전환했다. 산업재산권에서는 특허·실용신안권과 상표·프랜차이즈권을 중심으로 총 11억3000만달러(약 1조5060억원) 적자를 봤다. 저작권에선 문화예술 6억5000만달러, 연구개발·소프트웨어 6억9000만달러 등 총 13억4000만달러(약 1조786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문화예술저작권 중 음악·영상 부문이 6억1000만달러 흑자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과 함께 수출 중심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K-콘텐츠가 반짝 인기로 그치지 않도록 지역과 장르를 확장하고, 창작자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정부가 환경 조성과 지원정책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산업재산권의 지속적인 적자 현상이다. 지난해 지재권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인 1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산업재산권은 18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기술지재권 역량은 하루 이틀에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 현재 지재권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활동 강화가 필요하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지재권 교역 규모는 1조달러를 넘었으며 연평균 5.5% 성장률을 보인다. 지재권 수출 세계 1위는 미국으로, 2022년 1300억달러(약 172조원)를 기록할 정도로 막대하다. 한국의 체코 원전건설 수주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이다. 미 상공회의소 글로벌혁신정책센터는 지재권 집약산업이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과 시장경쟁력을 주도한다고 했다. 지재권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