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륙 진짜 가능?”…파월 “빅컷≠침체” 설명에도 투자자 ‘의문부호’ 더 커졌나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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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6개월 만에 단행한 공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금융투자시장에선 피벗(pivot,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보단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모양새다. ‘빅컷(한 번에 50bp 금리 인하, 1bp=0.01%포인트)’ 소식에 급등했던 미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빠른 속도로 엄습한 ‘R(Recession, 침체)의 공포’로 인해 하락 마감하면서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03.08포인트(0.25%) 내린 41,503.1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6.32포인트(0.29%) 낮은 5,618.2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4.76포인트(0.31%) 밀린 17,573.30을 각각 기록했다.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만 0.04% 올랐다.

시장은 이날 오전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보합권에서 혼조세로 거래를 시작한 바 있다. 그러다 오후 2시, 50bp 금리 인하 결정이 공개되자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급상승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하루 만에 다시 쓰는 등 상승 탄력을 받는 듯했다.

투자자들이 회의 내용을 살피는 동안 3대 지수는 일제히 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고 결국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일면서 하락 마감했다.

연준은 이날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회의에서 금리 ‘빅 컷’ 결정을 내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처음 통화정책 완화 행보를 시작했다. 금리 인하 폭을 둘러싸고 25bp냐 50bp냐 막판까지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으나 연준 인사들은 결국 11 대 1 표결로 50bp를 선택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0년래 최고 수준이던 5.25~5.50%에서 4.75~5.00%로 낮아졌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작년 7월까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한 후 작년 9월부터 지난 7월 회의까지 8차례 연속 동결한 바 있다.

연준 인사들은 9월 FOMC 점도표를 통해 연내 기준금리를 50bp 추가 인하하고 내년도에 100bp 인하할 전망을 시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으며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어진 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시장 냉각 지속’을 빅컷 배경으로 설명하며 “50bp 인하는 옳은 선택”이라고 자평했다.

파월 의장은 빅컷을 ‘선제적 대응’으로 강조하면서 연준이 이번에 50bp 인하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공격적 자세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는 징후는 어디서도 볼 수 없다”며 ‘미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에 빅컷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잠재우려 노력했다. 이어 “신중하게 나갈 것이고 필요할 경우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면서 “초저금리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은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우지수는 파월 의장 회견 이후 이날 장중 최고점으로부터 478.87포인트 급락했고 S&P500지수는 71.49포인트 미끄러졌다.

이날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 7종목 가운데 애플(1.80%)만 상승세가 뚜렷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0.31%)과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0.30%)는 소폭 오르고 엔비디아(-1.92%), 마이크로소프트(-1.00%), 테슬라(-0.29%), 아마존(-0.24%)은 뒷걸음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10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 인공지능(AI) 수요 뒷받침을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해 기대를 모았으나 주가는 외려 밀렸다.

모닝스타 웰스 최고투자책임자(CIO) 필립 스트라엘은 연준이 공격적인 50bp 인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안심하면서 관심의 초점을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스트레스를 피하는 데로 옮겨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투자사 캐너코드 제뉴이티 데이터에 따르면 연준이 금리 인하 주기를 시작한 후 첫 12개월간 S&P500지수는 평균 16%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 증시가 지난 1년간 워낙 뜨거운 랠리를 펼쳤기 때문에 이 수치는 미미해보인다. S&P500지수는 지난 1년간 26% 이상 상승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잭 매킨타이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정책 결정은 대부분 예고돼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과도한 움직임은 없었다”며 “이제는 기존처럼 모두가 지표에 반응하는 상황으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가에선 연내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50bp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규연·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남은 11·12월 FOMC에서 각각 25bp씩 점진적으로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연준의 빅컷을 두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미국 증시의 향방에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체력이 견고한 국면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점은 지난 1995-1998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면서 “당시 S&P500 지수가 각각 45.2%, 36%씩 상승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역시 증시 방향성 측면에선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정상적 경제상황을 앞두고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수순이라는 점에서 미 증시 선호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보적인 입장도 있다. 이인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 연구기관 조사 결과 1974년 이후 10번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첫 피벗 이후 주식 시장은 3개월, 6개월, 12개월 간 평균적으로 5.5%, 10.6%, 11.3% 상승했다. 1년 이내 경기침체가 없었을 경우 100%의 확률로 주식시장은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면서 “1984년 이후 첫 기준금리 인하를 50bp 인하로 시작한 경우 1984년을 제외하고 모두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만큼 향후 추가적인 경제지표 추이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