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가장 높은 매물 알고보니 ‘1층’

특화 평면·희소성 등 장점에 수요 있어

‘정원뷰’에 구축 1층 최고가에 팔리기도

“아빠, 1층이니 뛰어도 될까요?” 35억 최고가 매물이 1층이었다[부동산360]
래미안파크스위트 전경. [네이버 거리뷰]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서울 한 1층 매물이 단지 내 물건 중 최고가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1층 등 저층은 고층 대비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나, 특화 설계 및 희소성 등 장점에 호가가 높거나 동일 평형 중 최고가를 기록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9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광진구 ‘래미안파크스위트’ 전용 145㎡(1층) 매물이 단지 내 물건 중 최고가인 35억원에 나왔다. 해당 가구는 전체 865가구 중 2가구밖에 없는 평면인데, 1층 가구가 지하 공간을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된 게 특징이다. 단독출입구를 지나면 녹음실, 스튜디오 등 취미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독 사용공간이 있어 프라이빗한 데다, 희소성이 있어 호가가 35억원까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동향보다는 남향, 저층보다는 고층이 ‘로얄층’으로 꼽혔지만 다양한 이유로 저층 수요층도 두터워지는 분위기다. 기본적으로 층간소음 걱정이 없어 아이를 둔 가족들이 편하게 거주할 수 있고, 최근에는 1층 전용 특화 설계가 늘어나고 있어 주목받는다. 서울 서대문구 한 단지로 이사를 앞둔 직장인 김모씨는 “출산을 앞두고 무조건 1층 매물만 찾았는데, 많이 없어 찾자마자 바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특히 신축의 경우 주차장이 지하공간에 마련되고, 조경 설계에 공들이는 추세에 1층 또한 상층 못지않은 탁 트인 ‘정원뷰’ 장점이 부각된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필로티 구조를 적용한 단지는 ‘2층 같은 1층’을 누릴 수 있는 점도 저층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이 자연친화적인 다양한 평면을 선보이며 1층에 대한 선호도가 더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축 아파트도 주차장 등 외부와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정원 등 공간이 있으면 오히려 정원뷰를 누릴 수 있는 점이 부각된다.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아파트 1층 리모델링 시 베란다를 확장하고 바깥 화단 풍경을 액자처럼 활용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소음 저감 및 사생활 보호가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구축 단지에서 1층이 최고가에 팔린 거래도 나왔다. 보통 1층 및 저층은 로얄층 대비 거래 가격이 10% 이상 낮은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최고가에 손바뀜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현대 9·11·12차)’ 전용 170㎡ 1층은 지난달 동일 평형 최고가인 67억원에 팔렸다. 해당 가구는 내부가 확장 수리된 데다, 수목을 볼 수 있는 공간은 통창이 적용됐다. 지난 1월엔 강남구 일원동 ‘가람’ 아파트 전용 75㎡ 1층도 동일 평형 최고가 20억원에 거래됐다.

이 밖에 1층 매물은 매매 가격과 비교하면 전세 가격이 고층과 차이가 상대적으로 덜 해, 갭투자에 유리하단 분석도 나온다. 도리어 희소성으로 인해 고층보다 전세금이 높은 사례도 적지 않다. 가령 강남구 역삼동 ‘현대까르띠에710’ 전용 149㎡ 1층은 이달 17억8000만원에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었다. 반면 지난 5월 같은 평형 16층은 17억원에 전세 계약을 갱신했고, 지난 4월엔 15억5000만원(12층)에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