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액 16.4조·매매회전율 1.05%…작년 11월 이후 최저
코스피, 2년 만에 최대 주간 낙폭…코스닥 3주 연속 하락세 기록 중
美 FOMC, 추석 연휴 휴장 앞두고 수급 절벽 우려까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발(發) ‘R(Recession, 침체)의 공포’가 한 달 만에 되살아나면서 국내 증시가 한때 꿈꿨던 ‘삼천피(코스피 지수 3000포인트 대)’,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포인트 대)’은 커녕 연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주저 앉았다.
이런 가운데 이달 들어 투자자들의 일평균 거래액과 손바뀜 횟수마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증시 활력마저 떨어진 모양새를 보이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단 지적까지 나온다.
9월 韓 증시 거래액·회전율, 10개월 만에 최저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모두 합한 국내 증시 9월 일평균 거래액은 16조4250억원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월간 기준으로 16조원 대에 그치며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범위를 넓혔을 때 이달 일평균 거래액은 지난해 11월(14조2983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이달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액은 9조5787억원으로 지난 1월(8조8617억원) 이후 8개월 만에 10조원 대 아래로 내려 앉았고, 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액도 6조8462억원으로 전달(6조7776억원) 다음으로 올해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증시 활력이 떨어진 모습은 매매회전율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달 일평균 코스피·코스닥 시장 매매회전율은 1.05%로 올해 월간 기준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면서다. 매매회전율 역시도 거래액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1.04%)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눈 여겨볼 점은 9월 들어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매매회전율이 0.57%로 지난 2018년 8월(0.54%) 이후 6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일평균 거래량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도출하는 매매회전율이란 투자자가 얼마나 매매를 자주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낮다는 것은 손바뀜이 적었다는 의미로, 투자자 간의 매매가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증시의 상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코스피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됐던 점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풍선 효과’로 상대적으로 투자 열기가 감소한 코스닥 시장에 이어 코스피 시장에서마저 활기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주가 반등을 위한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2년 만에 최대 주간 낙폭…수급 공백 가능성 리스크까지
코스피 지수는 지난 한 주가 130.03포인트(4.86%) 하락한 2544.28을 기록하면서 2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주간 낙폭은 지난 2022년 9월 마지막 주(-5.23%)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치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8914억원어치 주식을 내다팔며 2주 연속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기관 역시 1조1890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4주 만에 매도세가 우세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지난 주에만 61.07포인트(7.95%) 내린 706.59로 3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4.18%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무려 18.46%나 낮은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예상보다 부진한 미 8월 제조업 지수가 경기침체 공포를 재자극했고,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BOJ) 총채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엔화 절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다시 커진 것이 투심을 악화시켜 주가를 끌어 내린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증시 변동성을 경계해야한다 주장은 했지만, 월초부터 코스피 지수가 2600 선을 하회할 가능성은 낮게 봤었다”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 심리는 분명 과도하지만,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근거와 이유를 찾는 ‘자기강화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2650~2660 선 돌파에 실패할 경우 8월 저점인 2380선 하향이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지적했다.
가뜩이나 증시 활기가 떨어진 상황 속에 수급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다음 주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현지시간 18~19일)와 추석 연휴 사흘(16~18일) 휴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향후 실적에 대한 고평가 지적에 따른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가 흐름엔 부담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별 올해 3분기,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평균치)를 헤럴드경제가 분석한 결과 최근 3개월 사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각각 50.52%, 70%가 3분기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연간 기준으론 각각 52.97%, 61.54%가 전망치를 내려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우려 근간은 원/달러 환율 하락, 미국 수출 경기 우려”라며 원/달러 환율 1350원 이하 기간이 길어지면 3분기 실적부터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低밸류 수급 유입 따른 기술적 반등 전망도
일각에선 낮아진 밸류에이션에 대한 반발로 인해 투자자들의 수급이 유입, 기술적 반등이 발생할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미국 경기둔화 흐름이 강화하고 있지만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지표들도 적지 않다. 전주 미 8월 제조업 지수가 부진했던 것과 달리, 같은 날 공개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2주 연속 감소했고 ISM 서비스업 PMI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2개월 연속 확장세를 나타냈다. 8월 미국 고용 지표도 비농업 신규 고용 악화와는 별개로 실업률은 전월 대비 하락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2500 선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어려운 시기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기가 침체라기보단 불확실성으로 인해 움츠러든 상황 정도로 볼 수 있는 만큼 증시는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대치가 낮아진 가운데 다음 달로 예정된 3분기 실적 시즌에 견조한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주가는 이를 충분히 긍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