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웹사이트‘ 래리스 리스트’분석 71%가 평균 나이 59세·미국인 25% 최다 년간 최소 현금 동원능력 10억원 달해 베일속 스위스·러시아 부호들 영향력 막강 유명 컬렉터들 개인미술관 건립도 잇따라

[헤럴드경제] 미술작품 하나에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을 투척하는 세계적인 컬렉터들을 일컬어 종종 ’철새‘라는 표현을 쓴다. 아트페어와 경매가 열리는 곳을 따라 해마다 일정한 경로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6월이면 스위스 바젤로 몰려든다. 여름의 끝자락에는 이태리로 이동했다가 10월에는 영국과 프랑스로 날아간다. 또 봄과 함께 이들은 홍콩으로 날아온다.

‘은둔의 슈퍼컬렉터’3,000여명…지구촌 아트마켓 쥐락펴락

아트 매거진 등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컬렉터의 숫자는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매년 최소 현금으로 10억원을 지불할 수 있는 컬렉터는 3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중 몇몇 부호들의 통 큰 컬렉션이 경매에서 화제가 될 뿐이다. 이런 사실에 주목한 독일 출신의 두 남자, 매그너스 레시와 크리스노프 노에가 홍콩에 기반한 컬렉터들의 동향을 서비스하는 유료 웹사이트를 최근 오픈했다. 이 사이트의 이름은 ’래리스 리스트‘(Larry’s List‘). 2012년부터 자료를 축적해온 이 리스트에는 아트 바젤과 프리츠 아트페어, 피악 등의 마켓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8000명~1만명의 컬렉터 정보가 들어있다. 레시와 노에는 20개국에 25개 관련 연구소로부터 자료를 수집, 컬렉터들의 활동과 구매력 등을 점수화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은둔의 슈퍼컬렉터’3,000여명…지구촌 아트마켓 쥐락펴락

래리스 리스트에 따르면, 컬렉터의 평균나이는 59세. 컬렉터의 71%를 이들이 차지한다. 컬렉터 가운데 미국인이 25%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독일과 영국이 8%로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중국은 7%의 점유율로 3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활동적인 컬렉터가 다가 아니다. 실제로 스위스는 거대한 컬렉터군을 형성하고 있지만 드러나 있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컬렉션에 대해 대체로 쉬쉬한다, 러시아 부호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컬렉터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가며 미술관은 물론 미술계의 흐름을 바꿔놓을 정도로 막강하다. 컬렉터들이 세운 개인 미술관도 증가추세다. 현재 46개국에 350개 미술관이 세워져 있다. 이 중 미국이 48개로 가장 많고 중국이 17개로 뒤를 잇는다. 미술관 건립이 느는데에는 정책적 측면도 있다. 미국과 독일은 세금 우대조치를 취하고 있고 몇몇 국가는 컬렉터들로 하여금 공공이 이용할 수 있는 미술관을 짓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세계 제일의 컬렉터 엘리 브로드 미술관. 억만장자 엘리 브로드는 재단을 통해 LA에 개인 컬렉션 미술관을 지어 시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미술관은 가을에 오픈할 예정으로 올해 관심을 끄는 미술계 이슈 중 하나다.

‘은둔의 슈퍼컬렉터’3,000여명…지구촌 아트마켓 쥐락펴락

래리스 리스트가 선정한 컬렉터 톱 10에는 중국 컬렉터가 두 명이나 올라 있다. 그렇다면 아트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일까? 세계 부자 리포트에 따르면 초고소득자는 1300만8000여명에 이른다. 현재 컬렉터의 수를 1만명으로 봤을 때 시장 여력은 무한하다는게 레시의 진단이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