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열기가 확연히 식어가는 모양새다. 9월 첫날 종가 기준 8000만원 선이 붕괴한 데 이어, 2일 오전엔 7800만원 대까지 내려앉으면서다.
이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전 8시 18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7850만6000원에 거래 중이다.
앞서 전날 종가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7944만3000원을 기록하면서 8000만원 벽이 무너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종가 기준으로 8000만원 대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7일(7838만8000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잭슨홀 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피벗(pivot, 금리 인하) 개시를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표적인 위험 자산 중 하나로 꼽히는 비트코인에 대한 투심 역시도 강화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5일 종가 기준 8625만4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시장에선 대형 투자자를 의미하는 ‘고래’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추측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비트코인 가격 역시도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오전 한 시간 동안 비트코인은 7%가량 급락했고, 글로벌 시장에선 같은 시각 24시간 전 대비 7% 이상 내려 5만900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가장자산 전문가 마일즈 도이처는 코인데스크와 인터뷰에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 추이는 아시아 시장의 매수세에 비해 미국 시장의 덤핑 추세가 압도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는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판세가 꼽히기도 한다. 현재 판세에서 우세하다고 알려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가상자산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비해 친화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헤지펀드 래커캐피털 설립자 퀸 톰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과 함께 움직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오른 뒤 더 이상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친(親) 가상자산 행정부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데스크는 “당분간 특별한 호재가 없고, 9월에는 비트코인이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비트코인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윌리 우 분석가는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적인 약세장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회복 중이라고 평가했다.
자산가들은 암호화폐 가운데 비트코인 보유를 선호하고 있다. 빗썸에 따르면 빗썸 내 자산 규모 상위 800명 가운데 비트코인을 보유한 비중은 89%(8월 29일 기준)에 달했다. 이어 이더리움(81%), 리플(64%), 이더리움 클래식(44%), 트론(39%) 순이었다. 이 가운데 11%는 비트코인을 새로 사들였다. 자산가 10명 중 1명은 비트코인 횡보에도 추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역사적으로 미국 대선 전후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 반등했다는 이유로 낙관론도 나온다. 홍콩 기반의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바이넥스에 따르면 2016년, 2020년 대선 주기 비트코인은 선거 전 급락 후 선거 이후 큰 반등을 보였다. 2020년 대선 두 달 전 비트코인은 1만2000달러에서 1만달러로 16% 급락했다. 대선 이후에는 약 160일 동안 320% 상승했다. 2016년 대선에서는 750달러였던 비트코인이 500달러로 30% 이상 급락했다. 대선이 끝나고 비트코인은 400여 일 동안 2000%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거시경제 변수가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과거와 같은 패턴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편, 싱가포르 소재 가상자산 거래소 QCP캐피털은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미국 비농업고용 지표를 통해 미 연준의 4분기 금리 인하 여부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 거시 뉴스가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적으로 5만8000~6만5000달러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