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오늘 소개할 무기체계는 영국 웨스트렌드사가 만든 잠수함 잡는 헬기 링스입니다.
우리에게는 해상작전헬기로 잘 알려진 링스헬기는 원래 민간과 군용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헬기로 개발됐습니다.
1960년대 중반 영국은 스카우트와 와스프를 대체하고 미군의 헬기 UH-1 이로쿼이보다 발전된 헬기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1967년 2월 영국과 프랑스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협약을 맺었고 영국의 웨스트랜드사가 70%, 현 에어버스의 전신인 아에로스파시알이 30% 비율로 생산하기로 했죠.
하지만 유럽의 무기개발이 대체로 그렇듯 이 약속은 깨지고 맙니다.
1969년 10월 프랑스가 링스헬기 제작을 철회하자 영국은 웨스트랜드사만으로 개발을 기어갑니다.
링스헬기의 시제기 첫 비행은 1971년 3월 21일에 성공했습니다.
1972년에는 시속 321.74㎞로 비행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헬기로 등극했고 1986년 8월 11일에는 시속 400.87㎞로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물론 1986년 기록은 동체를 최대한 얇고 가볍게 한 뒤에 세운 기록이기는 합니다.
시제기를 만들자마자 가장 빠른 헬기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링스 헬기는 1972년 4월 영국 육군용 시제기가 1973년 7월 프랑스 해군용 시제기가, 1976년 2월 양산헬기가 첫 비행을 했습니다.
1977년 12월 영국 해군에 링스 운용부대인 제702비행대대가 창설됐고 이듬해인 1978년 1월 운용을 시작했습니다.
1979년에는 영국 육군에서 운용을 시작했고 1982년에는 영국 해군의 링스가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이 때 시스쿠아 미사일을 발사해 아르헨티나 함정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1991년 걸프전에도 참전해 TOW 미사일을 장착하고 T-55전차 4대를 파괴하기도 했고 2000년 9월에는 시에라리온에서 여러 명의 영국 군인을 구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덕분인지 링스헬기는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브라질, 덴마크 등 19개 나라에서 운용했고 이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9개 나라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정말 다양한 개량형이 존재한다는 건데요.
육군용 링스 헬기만해도 9번의 개량을 했고, 해군은 13가지의 개량형이 있습니다.
또 각 나라마다 원하는 요구사항을 충실하게 맞춰주다 보니 32가지의 다른 버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중 2개 버전으로 가짓수를 늘리는 데 한몫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시스프레이3 레이더를 하부 레이돔에 장착하고 디핑 소나를 장착한 슈퍼링스 MK.99 12대와 로터 성능 등을 추가로 개선한 MK.99A 13대를 구매했죠.
슈퍼링스를 기준으로 제원을 살펴볼까요?
조종사와 부조종사, 그리고 승무원 1명을 기존으로 운용하고 인원을 수송할 때는 8명까지 탑승할 수 있습니다.
기체 전체 길이는 15.24m, 메인로터 직경 12.8m, 높이 3.73m, 최대이륙중량은 5~6t입니다.
대잠작전임무를 수행할 때는 37㎞ 범위에서 디핑소나와 어뢰 1발을 장착하고 2시간 동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대수상함작전을 할 때는 시스쿠아 미사일 4발을 달고 232㎞의 작전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감시임무만 할 때는 3시간 50분 정도 비행할 수 있고 보조연료를 사용하면 최대 5시간 20분까지 가능합니다.
뭔가 들쑥날쑥 좀 정신없는데요. 작은 헬기에 다양한 임무를 부여하다 보니 그렇게 된 듯합니다.
실제 예전 아구스타웨스트랜드는 링스가 40분 이내에 한 임무유형에서 다른 임무유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잠깐, 이름 바뀐 거 눈치 채셨나요? 링스를 만들었던 웨스트랜드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콜스키사의 헬기를 면허생산하면서 자리잡은 영국의 헬리콥터 제조업체였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자금난에 허덕이기 시작했고 이 틈을 타서 시콜스키사가 웨스트랜드사를 합병하려고 시도했는데 당시 영국 국방장관이었던 마이클 헤셀타인은 시콜스키가사 아닌 BAE나 이탈리아의 아구스타 등에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마가렛 대처 수상이 이끌던 내각회의에서 웨스트랜드를 유럽 회사에 합병하는 논의를 중단하자 헤셀타인은 강하게 반발하며 장관직을 그만뒀습니다.
이후 GKN이라는 다국적 자동차회사에 인수됐던 웨스트랜드는 2000년 이탈리아의 핀메카니카와 공동투자해 설립한 아구스타웨스트랜드로 재탄생하죠.
2004년 GKN이 핀메카니카에 AW 전체 지분을 매각하면서 그 이후에는 완전한 이탈리아 회사가 됩니다.
우리나라가 링스헬기 다음으로 도입했던 AW-159 와일드켓이 바로 아구스타웨스트랜드 시절에 만들어진 헬기입니다.
2002년 차세대 링스헬기 개발을 시작해 2009년 11월 12일에 첫 비행을 했고 2014년 영국 육군 항공대에 와일드켓 AH1이, 2015년에 영국 해군에 와일드켓 HMA2가 작전배치됩니다.
우리 해군은 2013년 1월 AW-159 와일드켓 도입을 결정하고 2016년 8대의 와일드켓을 인도 받았습니다.
와일드켓은 외관만 보면 링스와 거의 비슷하지만 같은 부품을 쓰는 것은 5%밖에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헬기입니다.
내구도와 스텔스성능을 높이기 위해 재설계됐고 시스프레이 7000E 계열의 AESA레이더를 장착해 탐지성능을 강화했습니다.
엔진과 변속기를 교체해 최대 이륙중량을 1t 이상 늘렸고 한국에 도입된 와일드켓은 국내에서 개발한 청상어 어뢰를 달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죠.
와일드켓은 현재 영국 해군에서 28대, 육군에서 34대를 운용하고 있고 우리나라 8대와 밀리핀에서 2대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홈페이지는 여전히 AW-159를 소개하고는 있지만 최근 방산전시회 등을 보면 새로운 공격헬기로 개발중인 AW-249나 개발을 완료한 드론헬기 AWHERO를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모습입니다.
그러고보니 우리 해군이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에서 와일드켓이 아닌 MH-60R 시호크를 선택한 이유도 이해가 가네요.
물론 시호크의 해외수출이 늘면서 대당 단가가 내려갔고, 소형헬기가 가지는 단점을 중형 헬기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요소가 가장 크겠지만 만드는 회사의 사업 방향이나 수리부속을 원활하게 구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자, 링스가 완전히 도태되는 시기를 고려하면 이제 슬슬 3차 도입사업을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은데 과연 3차 사업에서도 시호크를 도입하게 될까요?
아니면.. 혹시 수리온이 해상작전헬기에도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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