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9500만원대…한 달 전 대비 11% 상승
트럼프 “美, 지구 가상자산 수도이자 비트코인 초강대국 될 것”
해리스,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업체들과 대화 추진 중
이더리움 ETF, 투심 좌우 변수로…“솔라나, 신규 ETF 기대감 주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차기 대통령이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친(親) 가상자산 대통령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향후 우상향 곡선을 그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 진영 모두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또 한번 ‘억(億)트코인(비트코인 1개당 1억원)’ 시대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도 투자자들 사이에 커지는 모양새다.
29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전 7시 4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9516만80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 29일 종가 8576만5000원과 비교했을 때는 10.96% 상승한 수준이고,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돈이 몰리는 현상)’가 소강상태를 보였던 지난 24일(9150만1000원)과 비교했을 때도 4% 오른 수준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모두 비트코인에 대해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 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이 지구의 가상자산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초강대국(super power)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며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상자산 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사이버 범죄자들이나 다크넷(폐쇄형 P2P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압수해 미국 정부가 보유 중인 21만개의 비트코인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을 만들어 모든 미국인이 혜택을 입도록 영구적인 국가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면서다.
미국이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중국 등 다른 국가들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장했다. 일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트럼프 캠프의 대표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를 패러디해 ‘비트코인을 다시 위대하게(MBGA, Make Bitcoin Great Again)’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의 속도를 더 높이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보다도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던 민주당 측까지도 가상자산 업계에 손짓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다가온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비트코인 관련 정책이 극과극으로 치달을 리스크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떠나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쏠렸던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붙잡기 위해 해리스 부통령 측도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영국 유력 경제지는 해리스 캠프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 주요 가상자산 업체들과 수일 내로 대화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리스 캠프의 외부 고문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재계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민주당이 ‘반(反) 기업적’이라는 인식을 바꾸길 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민주당원들은 해리스가 (바이든과 비교해) 더 부드러운 접근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해리스가 젊은 데다가 기술 친화적인 캘리포니아에 (정치 경력)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낙관적인 이유로 꼽고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 가격이 미국 대선 유력 주자들의 입에 크게 오르내리는 이유는 올해 미국 대선이 가상자산 업계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이든 바이든 행정부는 년 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붕괴한 이후 업계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소송과 형사 고발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를 펼쳐온 바 있다.
이 밖에도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대장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흐름도 가상자산 시장의 전반적인 투심을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동현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이더리움 현물 ETF의 첫날 거래량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량의 20% 수준에 그치는 등 관심이 저조했던 선물 ETF에 비해 좋은 출발을 보였던 만큼, 그레이스케일발(發) 매도세가 잦아들고 난 후 ETF 유입 추세가 중요할 것”이라면서 “향후 ETF 신청 및 승인 기대감이 큰 솔라나의 상승세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채권자들에게 묶여있던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를 상환하고 있다는 변수가 여전하다”면서도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세가 예상될 경우 매도가 나올 유인이 낮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커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