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풍 지리산 허브밸리도
스테디셀러 광한루,백사골 매력 여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국내 대형 지역 문화관광축제 중 하나인 제94회 춘향제에서 ‘바가지 없는 축제’, ‘시민과 여행자가 화합하는 축제’의 신기원을 이룬 남원이 지리산 아래 춘향이 옆 미술관, 산토리니풍 지리산 허브밸리 등 새로운 매력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춘향테마파크 옆 미술관은 바로 남원 시립김병종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자연을 존경하고 지킨다는 의미로, 가까이는 미술관이 터잡고 있는 함파우골, 멀리는 지리산을 향해 경배하는 컨셉트로 만들어졌다.
▶남원관광의 새무기, 강소형 미술관= 입구의 계단식 연못을 비롯해 이 아트공간을 둘러싼 물들은 자연과 미술관을 모두 담아내며 또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못에 반영된 미술관은 녹색 구릉과 어우러진 테칼코마니 그림을 빚어낸다. 비현실적으로 세워보니, 남원문화관광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테칼코마니 반영사진은 폰카를 물에 닿을랑 말랑 할 정도로 수면가까이 내려찍어야 한다.
외관부터 거울과 김병종 작가의 회화아이콘들로 만든 미디어아트를 연쇄극 형태로 배치해, 지나가는 관람객을 주인공으로 변화무쌍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김병종 작가 작품 수백점과 기증된 명작들을 기반으로 남원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시립미술관은 지역 출신 작가들의 전시 공간 마련을 통해 지역 미술의 특성을 알리는데 설립 목적이 있다.
작품 감상을 통해 국민 힐링도 도모하고, 지리산-춘향-몽룡-남원식 낭만주의가 구축해온 남원의 문화예술 잠재력도 담아내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미술교육, 체험공간인 에듀센터 ‘콩’을 개관했다.
김병종 작가가 기증한 각종 문학 관련 자료들을 선보여, 미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약 2000권의 미술·문학·인문학 관련 도서가 비치된 북카페도 이 같은 미술관의 독특한 역할에 일조하고 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김병종 작가의 초기작 〈바보 예수〉부터 근작인 〈풍죽〉, 〈송화분분〉까지 다수의 작품을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자연에 납작 엎드린 겸손한 미술관= 시립김병종미술관은 완주 ‘아원고택’으로 유명한 전해갑 건축가가 디렉팅한 건축물로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미술관을 지을 당시 김병종 작가는 미술관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잘 녹아들면서, 납작 엎드린 듯한 모양새의 ‘겸손한 미술관’이 되길 바랐다고 전해진다.
갤러리 곳곳에 '숲멍'할 수 있는 통창이 있고, 미술관에서 바라보는 소나무 숲과 멀리 보이는 지리산 능선, 하늘의 조화가 무척 아름답다. 고요하게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다. 통창은 액자가 되어 실경 회화를 빚는다.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는 올해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을 선정했다. 전원형 미술관으로 미술작품뿐 아니라 자연을 감상하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1-2022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바 있다.
김작가(71)는 서울, 파리, 시카고, 브뤼셀, 도쿄, 바젤 등지에서 수십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제 아트페어와 광주 비엔날레, 베이징 비엔날레, 인디아 트리엔날레 등에 참여해왔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미술기자상, 선미술상,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 안견미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다. 대영박물관과 온타리오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저명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 때는 그의 작품이 증정되기도 했다.
김병종은 글 쓰는 화가로도 널리 알려졌다. 신춘문예에 당선함과 동시에 전국대학 미술대전에서도 대통령상을 받는 등 일찍부터 전방위적 예술가의 행보를 보여 왔다. 그래서 이 미술관에 가변 김 작가의 문학습작 노트도 만난다. 문학 꿈나무에게 영감을 줄 생생한 노트이다.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장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생명을 주제로한 김병종 화백의 독창적인 기법과 화풍을 감상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며 “오랜 기간 남원의 상징이었던 광한루원에 이어 미술관이 남원의 새로운 대표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홍보마케팅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김병종 미술관은 국립민속국악원(김중현),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 등과 ‘미술관에서의 음악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남원을 사무치게 그리워한 봉화 성도령과 의리지킨 춘향 족적들= 미술관의 이웃집은 춘향테마파크와 광한루원이 모두 1㎞ 반경에 있다. 광한루원은 남원시에 있는 조선 전기에 조성된 광한루의 정원으로 명승 제33호다. 남원역 근처의 시내에 춘향과 이도령이 만났다는 광한루가 있고, 그 광한루가 있는 정원을 통칭하여 광한루원이라고 한다.
누원의 북쪽으로는 교룡산이 우뚝 서 있고, 남쪽에는 금괴같이 보배롭다는 금암봉이 있으며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 광한루원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가에 월궁을 상징하는 광한루와 지상의 낙원인 삼신산이 함께 어울려 있는 아득한 우주관을 표현한 한국 제일의 누원이며, 경회루, 촉석루,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에 속한다.
광한루원 안에는 광한루, 오작교, 완월정, 영주각, 춘향관, 춘향사당, 월매집이 있고 이외에도 공예품점, 카페 등의 부속시설이 있다. 물이 통하는 아치 수로 위 오작교에 서면 누구든 소설의 주인공이 된다.
물론 춘향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핵심 대목들은 모두 역사적 사실이다. 주인공 성이성(1595~1664)이 전한 얘기를 한 부하가 직접 적어 세상에 알렸고, 구전되면서 200개 가량의 춘향뎐 버전이 생겼다.
역사적 사실을 보면, 남원부사의 아들 성이성이 청소년기 사랑에 빠졌다가 상경해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을 얻었을때 남원의 추억을 늘 그리워했으며, 유독 지방 출장이 잦은 암행어사가 되도록 임금에게 간청했고, 남원옆 담양부사로 부임하기 직전 마지막 암행어사때, 남원에 살짝 들어와, 과거 관기들의 수발을 들던 노파에게 춘향의 근황을 물어보기도 했다는 것. 성이성은 자신이 낙향한 마을 이름을 춘향과 비슷한 춘양이라고 지었으며, 종택을 지을 때 여성들의 생활 및 취미 공간을 많이 두었다는 얘기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 계서당고택에 잘 기록돼 있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데 남들 한테는 널리 알리고 싶지 않은, 모순된 마음은 이 실화기반 소설의 사람이름 세탁, 마을이름 세탁과정에 잘 드러나 있다.
▶지리산 중 가장 아름다운 뱀사골과 구룡폭포= 연지에는 지상의 낙원을 상징하는 연꽃을 심고,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 가로막혀 만나지 못하다가 칠월칠석날 단 한번 만난다는 사랑의 다리 오작교를 연못 위에 설치했다. 이 돌다리는 4개의 무지개 모양의 구멍이 있어 양쪽의 물이 통하게 되어 있으며, 한국 정원의 가장 대표적인 다리이다. 광한루는 1419년에 지어 1597년 정유재란 때 불타 1626년 복원됐지만 오작교는 처음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춘향사당에는 김은호 화백이 그린 춘향의 영정을 모셔 놓았다. 해마다 음력 5월 5일 단오절에는 춘향제가 열린다.
지리산 뱀사골계곡은 지리산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산의 북사면을 흘러내리는 길이 14km의 골짜기로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여러 골짜기들 가운데서 가장 계곡미가 뛰어난 골짜기의 하나로 꼽힌다.
전구간이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이 계곡에는 100여 명의 인원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넓은 너럭바위가 곳곳에 있고, 10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소(沼)가 줄을 잇는다.
계곡은 언제 찾아도 수량이 풍부하고, 수림이 울창하여 대표적인 여름피서지로도 유명하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건축물이 경배하는 바로 그방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