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전쟁은 이기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내가 공격할 때 나와 같은 세기로 혹은 그보다 더 가혹하게 반격을 한다면 과연 공격할 수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무기는 바로 적의 공격을 막는 가장 강력한 카운트 어택. 반격의 제왕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입니다.
미국에는 3대 핵 펀치가 있습니다. 네? 뭐라구요? 마이클 타이슨이요? 아닙니다. 진짜 핵 펀치를 말하는 겁니다.
바로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그리고 전략핵잠수함입니다.
말이 좋아 핵 억제력이지, 사실 선제적으로 쓰면 가장 강력한 공격수단입니다.
하지만 이 셋 중에 핵 억제력이라는 말에 가장 적합한 무기는 바로 전략핵잠수함입니다.
항구를 떠난 전략핵잠수함은 물속으로 들어가면 정확한 위치를 탐지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죠.
그래서 적이 만약 핵 공격을 감행한다고 해도 전략핵잠수함은 살아남을 수 있고 공격 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 즉시 적이 모르는 지점에서 핵 보복공격을 할 수 있어서 존재 자체만으로 함부로 공격할 수 없게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에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확실한 억제를 위한 최고의 공격력을 갖추기 위해 오랫동안 잠항해야 했고 핵투발을 위해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어야 했죠.
그래서 1954 세계 최초의 핵추진잠수함 SSN-571 노틸러스함이 탄생합니다. 잠항거리의 제한이 없는 이 3000t급 잠수함은 엄청난 발전량 덕분에 전기 걱정 없이 항해했고 승조원들은 이전 잠수함과 비교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죠.
하지만 아직 한 가지가 부족했습니다. 노틸러스함에는 핵탄두를 날려보낼 수 있는 미사일이 없었던 겁니다. 6개의 어뢰발사관만 있었죠.
미국이 잠항능력에 집중하던 사이, 소련은 투발수단에 집중합니다. 프로젝트 611형 잠수함, 나토 명칭 줄루급 디젤잠수함에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을 탑재한겁니다.
세계 최초로 R-11FM SLBM을 장착한 줄루급 잠수함은 재래식 탄두일 경우 280㎞, 핵탄두를 장착했을 때는 150㎞까지 미사일을 날릴 수 있었습니다.
1955년 9월 16일 R-11FM 미사일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미국은 조급해졌습니다.
같은해 사거리 1000㎞의 레귤러스 순항미사일을 서둘러 배치했지만 이 미사일은 결정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일단 수면 위로 올라와서 미사일을 잠수함 위에 설치한 뒤 발사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잠수함이기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오랜 잠항능력과 핵 투발수단 두 가지를 다 갖고 싶었던 미국은 1960년 고체 추진체를 사용하는 폴라리스 SLBM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6000t급 핵추진잠수함 조지 워싱턴함을 건조해 600㏏ 핵탄두를 장착한 폴라리스 미사일 16발을 장착했죠.
미국은 이제야 안심했습니다. 1960년대 서둘러 40여척의 전략핵잠수함을 배치하고 소련을 본격 견제했죠.
좀 쓰다 보니 뭔가 아쉬웠습니다. 폴라리스 SLBM의 사거리는 초기에는 2200㎞, 폴라리스 A-3에 이르러서는 4600㎞까지 날아갈 수 있었지만 소련의 주요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소련 근처 해안까지 접근해야했기 때문이죠.
또 다시 생존성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겁니다.
결국 미 해군은 1976년부터 트라이던트 SLBM을 탑재하기 위해 성능이 월등하게 향상된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건조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1981년, 100㏏의 위력을 갖는 탄두를 8개나 싣고 7400㎞ 이상 날아갈 수 있는 트라이던트 SLBM을 24발 탑재할 수 있는 오하이오 전략핵잠수함이 탄생합니다.
오하이오급 핵추진잠수함은 길이 170m 폭13m, 수상배수량 1만6764t, 수중배수량 1만8750t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우리나라 3000t급 잠수함이 83.3m 인 것에 비하면 길이가 2배 이상입니다.
GE S8G 원자로로 45MW의 추진용 증기터빈 2개를 돌립니다.
잠항기간의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잠수함을 운용하는 160명 정도의 승조원을 위해 한번 작전에 나서면 90여일을 수중에서 지냅니다. 식량도 재보급 받아야하고, 웬만하면 사람이 땅도 좀 밟고 살아야죠.
수중에서 상대방을 탐지할 수 있는 소나체계는 다른 공격잠수함에 비하면 단순합니다.
AN/BQQ-10 수동소나와 TB-29(A) 예인소나, BQR-19 능동 항법 소나, BQR-13 능동소나, BQR-15 빙하 소나 등을 탑재합니다.
가장 중요한 무장은 533㎜의 Mark 48 어뢰 발사관 4개를 기본으로 SSBN에는 트라이던트Ⅱ 탄도미사일 24발을, SSGN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발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미 해군의 핵추진잠수함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합니다.
핵추진잠수함은 잠수함을 지칭하는 미군의 함정분류 기호인 SS(Ship Submersible)에 핵추진을 뜻하는 N(Nuclear-Powered)를 붙여 SSN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다른 SSN과 구분해 대함전과 대잠전이 주임무인 LA급과 버지니아급, 시울프급 잠수함을 지칭하는 좁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SSGN은 핵추진 순항유도탄 잠수함으로 오하이오급 잠수함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해 타격임무를 주로하는 잠수함을 말하며 SSBN은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으로 역시 오하이오급 잠수함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해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을 말합니다.
따라서 엄밀하게 따지면 핵 억제력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건 SSB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하이오급은 1981년부터 모두 18척이 건조됐는데 냉전이 끝난 뒤 1994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에 따라 4척을 SSGN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동급 잠수함 중 가장 오래된 순서대로 오하이오, 미시간, 플로리다, 조지아 등 4척이 2002년 후반 개조에 착수했고 2008년 현역으로 복귀했습니다.
순항미사일 탑재로 무장을 변경한 SSGN은 특수전 임무를 지원하는 임무도 새롭게 맡게 됐습니다.
이를 위해 잠수함 상단부에 소형 잠수정을 발진시킬 수 있는 장비가 추가됐고 특수전 요원 66명이 탑승해 수중침투작전 등을 펼칠 수 있는 작전능력을 갖췄죠.
2011년 5월 2일. 저는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한 SSGN-727 미시건함을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잠항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정박해 놓은 잠수함 내부에 들어가 곳곳을 살펴봤습니다.
잠수함 내부는 4층이었고 그중 주로 무장을 보관하는 맨 아래층을 제외하고 다른 3층을 둘러봤습니다.
잠수함 승조원의 침실은 우리 군 수상함 승조원 침실만큼 여유가 있었고 작전을 지휘하는 전투통제실에 들어가서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수중 몇 m까지 부상해야하냐고 물어봤다가 설명하던 미 해군 장교에게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작전보안이라 답을 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은 그냥 창문 없는 이지스함 정도였습니다. 단지 그 전력이 물 속으로 다니며 유사시 핵 미사일이나 토마호크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것이 달랐던거죠.
참고로 우리나라 잠수함은 209급이나 214급은 단층이고, 3000t급 잠수함만 2층입니다.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또 한번의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미 군사전문지 Naval News에 따르면 미 정부는 오하이오급 SSGN에 새로운 극초음속 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군 전략시스템 프로그램 책임자인 조니 울프 중장은 2025년까지 극초음속 공격 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2개의 수직발사관이 있고 현재는 한 개의 발사관에 7발의 토마호크가 실리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하면 발사관당 2~3개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면 최소 44발이나 66발의 극초음속미사일을 탑재한다는 소립니다. 그것도.. 계획대로라면 내년이네요.
최근 한반도는 냉전 초기 미국과 소련의 모습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많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잠수함과 관련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북한은 지난해 9월 구형 디젤잠수함을 개조해 10개의 미사일 발사관을 갖춘 ‘김군옥 영웅함’을 진수했습니다. 물론 이 잠수함이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군 관계자나 군사전문가들은 느낌표 보다 물음표를 많이 찍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각종 투발수단을 다양화시키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사용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억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핵추진잠수함이 그 중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미국의 핵잠수함이 입항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도 핵추진잠수함을 가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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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우원희, 박정은, 김정률, 김성근 / CG 임예진, 이윤지 / 제작책임 민상식 / 운영책임 홍승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