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조 넘게 삼성전자 순매도한 外人
젠슨황 '테스트 실패' 반박 발언 다음날 순매수 전환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AI(인공지능) 랠리에서 소외됐던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채비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통과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면서다. 지난달 엔비디아향 공급 차질 이슈에 삼성전자를 대거 팔아치운 외국인도 다시 속속 돌아오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를 포함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HBM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흐름에서 삼성전자의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5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74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연초 이후 외국인은 4월까지 매달 꾸준히 순매수세를 기록하다가 5월 들어서 순매도세로 바뀌었다. 올 3월과 4월에만 각각 2조5015억원, 2조1118억원씩 사들였는데, 지난달엔 2조581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특히 지난달 24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외신 보도가 나오자 외국인은 6거래일(5월24~31일) 동안에만 삼성전자를 2조7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이는 같은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의 수급 상황과도 상반된 움직임이다. 지난달 외국인은 SK하이닉스만 1조6339억원어치 사들였다. 이에 지난 5월 외국인의 순매수, 순매도 상위 1위 종목엔 각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이름을 올렸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5월 HBM 품질 테스트 이슈에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난 반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간 전망치가 높아지면서 삼성전자 대비 양호한 외국인 수급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투심이 다시 회복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HBM 퀄테스트(품질검증)가 실패한 게 아니라고 직접 반박하면서다. 젠슨 황의 발언 바로 다음 날인 지난 5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3978억원·1위)를 가장 많이 사들이면서 다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시황 전문가들은 젠슨 황의 발언이 실제 투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삼성전자의 반등에 따라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HMB 엔비디아 납품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도 많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엔디비아향 HBM3(4세대)와 HBM3E(5세대) 모두 퀄 테스트가 진행 중에 있다"며 "HBM 뿐만 아니라 9세대 V낸드 양산에도 나서며, 메모리 기술 리더십 탈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내년 HBM 계약은 올해 3분기 중 마무리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적정주가 컨센서스(평균의견)는 10만4200원 정도다. 전날 종가 7만7400원과 비교하면 약 35%의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가장 높은 적정주가인 12만원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 등 5곳이 11만원을 목표로 삼았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PBR은 역사적 평균 미만인 상태”라며 "팹리스(엔비디아, AMD 등) 업체들의 HBM 벤더 수요가 다변화되면서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