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만에 친부모 찾은 수정씨 “같은 경험 공유”

“아이들에게 한국 연결”…한국 사랑 노베크씨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15개국에서 100여명 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는 ‘친구’…“어디에서 자랐건, 한국과 연결돼 있습니다”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한인동포입양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재외동포청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한국인 입양인들은 한국인들과 마음 속 깊이 연결돼 있습니다”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서 만난 정학 씨(Sandberg Jakob Sigfri·34·스웨덴)는 “저희가 어디에서 자랐건 생긴 것은 한국인이고, 한국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14년 만에 찾은 한국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정학씨는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었다”고 웃었다. 그는 인제대학교에서 하는 해외 한인 입양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약 4개월간 김해에서 지낸 경험이 있다.

정학씨는 생후 2~3개월 때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선천적 구순개열로 응급수술과 관리가 필요했지만, 양부모님은 주저 없었다. 한국에서 입양된 또 다른 여동생과 양부모님 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지만, 한편으로는 모국에 대해 10대 때부터 늘 관심이 있었다.

정학씨는 “스웨덴인으로 자라면서 컸지만 스웨덴인이라고 하기에는 생김새가 너무나 한국인이었고, 한국인이라고 하기에는 나는 스웨덴인이었다”며 “친모는 태어난 순간 저를 병원에 두고 갔지만 저의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 아닐지 생각하면서, 한국에 있었다면 내 삶이 어땠을지, 나는 어떤 인간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정학씨는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다 로스쿨에 진학했다. ‘법체계’로 입양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번 한인세계입양동포대회에 참가자들과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그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정학씨는 “우리 모두는 입양인으로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싶어 한다”며 “주변에 이러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같은 뜻을 함께 하는 친구, 동지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는 ‘친구’…“어디에서 자랐건, 한국과 연결돼 있습니다”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한인동포입양대회. [재외동포청 제공]

아들과 함께 참가한 김수정 씨(Michelle Cameron·41·캐나다)에게는 이번 한인세계입양동포대회가 뜻깊다. 김씨는 이번 행사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결심하던 찰나, DNA가 일치하는 가족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2~3살 때 거리에서 미아가 된 후 입양됐다고만 전해 들었던 김씨는 세 차례의 영상통화를 통해 친부모님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김씨는 “엄마가 다른 지방에서 일을 하셔서 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봤는데, 세 아이 모두 돌보기 어려워 둘째인 저를 할머니의 친구에게 맡겼다가 잃어버렸다고 한다”며 “엄마는 평생 저를 찾으려 노력했고, 남동생의 권유로 2017년 DNA 검사를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날 공항에 마중 나온 가족을 만났고, 행사가 끝난 후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김씨는 “한국 가족과 연결됐기에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나의 뿌리는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보고 비슷한 경험을 가진 입양인들과 만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틀린 노베크 씨(Kaitlin Loebach·37·캐나다)의 두 언니는 생물학적 친자매는 아니지만, 모두 한국에서 입양됐다. 어릴 때부터 한국 입양 가족들과의 커뮤니티에서 태권도, 부채춤, 요리 수업에 적극 참여했고, 한국문화체험캠프에도 참여해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

그가 이번 대회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두 자녀의 영향이 컸다. 노베크씨는 “아이들이 절반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한국 문화와의 연결고리를 갖고 한국 문화에 노출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베크씨는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한국 문화를 많이 접챘고, 한국 사람도 좋고, 문화도 멋있어 한국인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제가 자란 캐나다 도시가 백인 중심이라, 자라면서 그들과 다르고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계속 키워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는 ‘친구’…“어디에서 자랐건, 한국과 연결돼 있습니다”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한인동포입양대회 개막식. [재외동포청 제공]

재외동포청이 주최하는 2024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는 15개국에서 온 입양동포와 동반자 100여명이 참가했다. 주제는 ‘연결의 힘: 함께 더 밝은 미래를 향해’다. ▷입양동포와 모국인 한국과의 연결 ▷세계 각지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살아온 입양동포 간 연결 ▷다양한 국내외 입양동포 단체 간 연결을 통해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를 확장하자는 취지다.

첫날인 21일 열린 ‘공감 콘서트’에서는 참석자들이 각자의 경험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아픔을 경청하고, 아낌없는 연대의 박수를 보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이날 개회식에서 “여러분의 조국인 대한민국은 절대로 여러분을 잊지 않고 항상 곁에 있다”며 “여러분의 조국인 한국은 착한 나라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나라”라고 강조했다.

정학씨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말이 무엇인지 묻자 “친구”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 있었을 때 한국인 친구, 입양인 친구를 사귀었고 따뜻하게 대해준 좋은 기억이 있었다”며 “한국에 제 가족이라고 할만한 사람은 없지만, 이 친구들 덕에 한국에 다시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24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는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방문과 한국 문화 체험과 입양동포에 대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세션 등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