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반도체 산업에 26조원을 지원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에 힘입어 23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끌고 있는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호재로 소화하지 못하고 약세를 보이던 주가가 정부발(發) 26조원 규모 반도체 지원책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 46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9% 오른 7만87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종가(7만7700원)와 같은 수준으로 이날 장을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장 초반 잠시 상승세를 보이다 이내 약세로 전환해 7만71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2025회계연도 1분기(2024년 2~4월) 매출은 260억4000만달러(35조600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6.12달러(8366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EPS는 인베스팅닷컴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246억5000만달러, 5.59달러를 각각 5.64%, 9.48% 웃돌았다. 1년 전 같은 기간 매출(71억9000만달러), EPS(1.09달러)와 각각 비교했을 때는 262.17%, 461.47%씩 급등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덕분에 시간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100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AI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주요 고객인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지 못한 것을 두고 증권가에선 엔비디아에 대해 이렇다 할 납품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상태인 삼성전자가 이번에도 연초처럼 엔비디아 발(發) AI 랠리에서 나 홀로 소외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DS) 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을 임명하는 원포인트 인사 단행은 HBM 신제품 개발과 수율 향상에 주력할 것”이라며 “분위기 쇄신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랬던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반등하게 된 데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주제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주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대통령은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해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공개하면서 “반도체는 국가 총력전이 전개되는 분야”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가가 환급해주는 것으로 보조금이나 다를 바 없다”며 “올해 일몰되는 세액공제를 연장해 기업이 R&D와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경기 남부에 조성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대해서는 조성 속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반도체가 민생이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일 모두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반도체 산업의 성패는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가려진다. 관계부처, 기업과 함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각국은 반도체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며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직접 뛰어서 해결할 테니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여러분은 우리 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줘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