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AESA레이더를 장착한 미쓰비시 F-2 전투기[오상현의 무기큐브]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오늘 소개해드릴 무기체계는 세계 최초로 능동전자주사배열레이더(AESA레이더)를 장착한 미쓰비시 F-2 전투기입니다.

1987년 10월.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와 일본 나카소네 행정부는 미국과 일본이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전투기 독자 개발을 추진했던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압박이 작용했죠.

일본 입장에서는 전투기를 독자 개발하려면 엔진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전투기가 아닌 ‘엔진’만 따로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는 미·일간 무역불균형이 심각했던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미국은 일본이 전투기를 독자 개발하면 자국 방위산업에 큰 손실이 올 것을 우려했죠.

미국은 일본에게 F-16C 블록40형을 기반으로 전투기를 개발하라고 제안했습니다.

말이 제안이지 거의 강요나 다름없었습니다.

1989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공동개발을 합의해 놓고도 재협상을 해 여러 가지 불평등한 조건을 포함시켰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일본이 전투기를 만들면서 개발하는 모든 기술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반면, 일본은 당시 미국의 가장 최신 기술인 디지털 비행제어 기술, 일명 플라이 바이 와이어와 무장통제 소프트웨어, 소스코드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 산업에 도움이 되게 하려고 전투기 제작의 40%는 반드시 미국 업체가 하도록 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AESA레이더를 장착한 미쓰비시 F-2 전투기[오상현의 무기큐브]

다만 미국 상원의회에서 엔진 기술공여를 승인하지 않는 내용의 평결이 1표 차이로 부결되면서 일본은 엔진을 면허생산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전투기를 공동개발하게 됐지만 오히려 이런 악조건이 일본 공학자들의 자존심을 자극한 듯 했습니다.

우선 손 댈 수 있는 동체부터 달랐습니다. 더 많은 무장을 싣고 더 멀리까지 비행해서 바다로부터 들어오는 적을 방어할 목적으로 동체의 크기를 키웠습니다.

동체 크기를 F-16에 비해 약 25% 키웠고 조종석 캐노피도 3분할로 만들어 조종사의 시야를 넓혔습니다.

커진 동체크기 때문에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날개를 금속판을 붙여 조립하는 대신, 탄소복합소재를 한 번에 제작하는 일체 성형 기술을 최초로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마모나 피로도도 낮아졌고 탄소 복합소재를 사용하면서 무게를 줄이는 것은 물론 레이더반사면적도 함께 줄었습니다.

수평꼬리날개와 엔진 공기흡입구도 F-16보다 크게 설계해 기체의 안정성을 높이기도 했죠.

결정적인 차이는 미국이 제공하지 않았던 무장통제 소프트웨어 등 항전장비에서 드러났습니다.

아시다시피 F-2는 능동전자주사식레이더, 즉 AESA레이더를 세계 최초로 장착한 전투기입니다.

미쓰비시 전기의 J/APG-1을 탑재했고 데이터링크 트랜스미터도 달았죠.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해 적용했습니다. 미국이 디지털 비행제어와 무장통제 소프트웨어 이전을 거부했기 때문에 자체 개발한 것이죠.

일본의 자체적인 레이더와 항전장비 개발 노력은 이후 AAM-3 미사일이나 ASM-1,2 대함미사일, JDAM, AAM-4B 공대공미사일 등 면허생산하거나 자체 개발한 다양한 무장장착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F-2전투기는 1995년 1월 7일 시제기 초도 비행에 성공했고 1997년까지 4대의 시제기 시험비행을 완료한 위 1998년 양산 판정을 받아 2000년 실전배치에 들어갔습니다.

성능 측면에서만 보면 F-16보다 덩치는 키우면서 좀 더 많은 무장을 탑재하고 유사한 작전성능을 갖는 기체가 완성된 겁니다.

세계 최초로 AESA레이더를 장착한 미쓰비시 F-2 전투기[오상현의 무기큐브]

제원을 살펴보면 길이 15.52m, 높이 4.96m, 날개 길이 11.13m, 자체중량 9527㎏, 최대이륙중량 2만2100㎏으로 최고속도 마하2.0, 항속거리 833㎞, 20㎜기관포와 함께 13개 하드포인트에 공대공, 공대함 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자존심을 걸고 만든 F-2전투기는 최초 141대를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98대를 제작하는 데 그쳤습니다.

제작이 지연되고 자체개발 비용이 증가하면서 대당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입니다.

F-2전투기의 개발과정을 살펴보니 4대 항전장비 기술이전을 거부했던 우리나라 KF-21 개발 과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수출을 할 수 있는 나라여서 제작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일본의 F-2 개발 경험은 이후 F-35 공동개발은 물론 영국 등과의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참여까지 탄탄한 기술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우리 KF-21도 지금의 기술을 기반으로 다음 스탭을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가길 기대해봅니다.

그나저나 6세대 전투기는 우리 혼자서만 개발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국제공동개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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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김성근, 우원희, 박정은, 김정률 / CG 이윤지, 임예진 / 제작책임 민상식 / 운영책임 홍승완

기술 이전 불가능하면 만들면 그만! 일본은 어떻게 세계 최초로 AESA 레이더를 탑재했을까?